기관과 외국인이 연일 반도체 관련 주식들을 처분하고 있다. 메모리 가격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오후 1시 46분 현재 하이닉스는 전날보다 600원(2.64%) 내린 2만2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틀 연속 하락세다. 지난달 29일 75만원 아래로 내려온 삼성전자도 1% 가량 하락하고 있다.

이들 종목은 최근 D램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점에 실망한 기관과 외국인의 매물 탓에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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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기관은 지난달 25일부터 전날까지 하이닉스 주식을 745만3583주나 순매도했고 이날도 9만주 이상 팔고 있다. 같은 기간 64만여주를 처분한 외국인도 이날 하이닉스 주식을 123만주 이상 순매도하고 있다. 이에 하이닉스 주가는 이 기간 중 9% 이상 급락했다.

삼성전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기관은 지난달 22일 이후 전날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40만8931주 순매도했다. 외국인도 지난달 29일과 전날 삼성전자 주식 8만4940주와 1만3328주를 각각 팔았고 이날도 2만주 이상 매도하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삼성전자 주가 역시 5% 가량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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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반도체 관련주들의 주가에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주말 발표된 10월 후반기 고정거래가격은 DDR3 가격이 1.53달러로, 종전 대비 15%이상 폭락했다. NAND 역시 대부분의 제품이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4분기 내내 DDR3 가격은 하락세를 면하기 어려워 보여, 연말까지 1Gb 칩 기준 1.34달러까지 가격이 하락할 여지가 남아 있다고 판단한다"며 "이 경우 PC용 D램 전체 평균으로도 30% 이상 하락할 전망이어서 4분기 주요 D램 업체들의 실적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3분기 실적 발표시 "반도체의 경우, D램은 PC제품 수요 둔화 속에 경쟁사들의 공정전환 개선이 이뤄지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메모리 가격의 추가하락을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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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문사 매니저는 "IT 수요가 부진한 상황이서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추가로 진행될 전망이라는 점에서 기관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하지만 내년 업황 회복을 염두에 두고 저점 분할 매수하는 투자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승훈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앞으로 D램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가가 추가 약세를 보일 시 매수를 권한다"며 "역사적으로 메모리 관련주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실적 변곡점에서 고점 혹은 저점을 통과했으며 단기적으로 내년 1분기 실적 저점을 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이후 DDR3 가격은 2011년 상반기 중 1.2달러 수준까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D램 업체들의 수익성과 자금상황, 이들의 보수적인 시각 등이 맞물려, 가격 하락세는 연말을 고비로 점차 둔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번 D램 하락 사이클은 과거에 비해 매우 마일드한 조정에 그칠 것"이라며 "지나치게 비관적인 시각보다는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 강화와 경쟁업체들의 위상 약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