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일 신한은행 본점에 있는 신한 '빅3' 사무실과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을 압수수색했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사퇴하고 류시열 대표이사 직무대행(회장)이 지난 1일 취임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던 신한 사태가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서 신한금융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검찰은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뿐만 아니라 라 전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까지 압수수색 대상에 올려 이들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자문료 사용처 자료 수색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이중희)는 이날 오전 서울 태평로에 있는 신한은행 본점에 검사와 수사관 20여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압수수색은 오전 9시30분쯤부터 오후 3시까지 진행됐다. 이들은 라 전 회장,신 사장,이 행장의 집무실과 지주회사 업무지원팀,은행 비서실,경영감사부 등에서 결재서류와 전산자료,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라 전 회장 등 3명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이희건 신한금융 명예회장에게 지급한 자문료 15억6600만원을 다른 명목으로 돌려 쓴 혐의를 밝히기 위해 압수수색물을 분석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세 사람의 자문료 사용을 횡령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벌였다"며 "자문료 횡령 혐의에 대한 고소 사건과 추가로 파생된 의혹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신 사장이 횡령했다는 이 명예회장의 자문료 15억6600만원의 사용처에 대한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사장 측은 총 15억6600만원 중 8억6000만원은 이 명예회장에게 전달했고 2억여원은 비서실에서 업무활동비로 썼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5억원 중 3억원은 이 행장에게 전달했으며 2억원은 라 전 회장의 변호사 비용으로 지출했다고 밝히고 있다.

◆신한은행 서소문지점도 압수수색

검찰은 이 행장의 5억원 수수 의혹도 압수수색 대상에 올려 신한은행 서소문지점까지 압수수색했다. 서소문지점은 이 행장이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받았다는 기탁금 5억원이 있는 곳이다. 신한 관계자는 "검찰이 서소문지점 대여금고 안에 있는 것들을 전부 가져갔다"고 전했다.

이 행장이 받았다는 기탁금 5억원은 지난달 신한은행 경영감사부가 조사했다. 조사 결과는 5일 은행 정기이사회에서 감사위원회의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이 행장은 "재일교포 주주가 은행 발전에 써달라고 전달한 기탁금"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유상증자 때 실권주를 제3자배정방식으로 배정한 것에 대한 대가성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다음 주 '빅3'소환할 듯

금융계에서는 조만간 '빅3'가 검찰에 소환되고 수사발표도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주 중 세 명이 차례로 소환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인 15일께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신한 관계자는 예상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고소를 당한 신 사장이 주요 피의자"라면서도"라 전 회장을 봐주거나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정재형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