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 50만원대 보급형 스마트폰 '경쟁력'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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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폰4나 갤럭시S처럼 고가 제품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 또는 여성 고객들을 겨냥해 크기를 줄이고 꼭 필요한 기능만을 넣은 실속형 제품들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중저가 스마트폰이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 스마트폰'을 모토로 한 LG전자의 중저가 모델 '옵티머스 원'은 출시3주만에 누적 공급량 20만대를 돌파하며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대만 HTC의 '디자이어 팝' 모토로라 '모토 믹스'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X10 미니' 팬택 '미라크' 등도 속속 출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그러나 보급형 스마트폰의 시장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IT 컨설팅 전문업체 로아그룹의 고중걸 선임연구원은 "보급형 스마트폰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높은 눈높이와 고가 스마트폰이 사실상 보급형 가격으로 풀리고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았다.
▲ 프리미엄도 보급형 가격에 풀려...관건은 '요금제'
고 연구원은 "국내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구입 시 고스펙에 대한 욕구가 해외 시장보다 훨씬 크다"면서 "보급형 제품으로 나오는 단말기들은 디스플레이, 프로세서 등 주요 스펙에서 아이폰이나 갤럭시S 에 미치지 못해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아이폰4와 갤럭시S가 각각 레티나 디스플레이, 수퍼 아몰레드(AMOLED,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를 채용해 뛰어난 화질을 자랑하는 것과 달리 보급형 제품들은 기본적인 LCD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다.
PC와 같은 인터넷 환경을 구현하기에도 보급형 스마트폰에 장착된 프로세서들은 역부족이다. 앞서 출시됐던 고가 스마트폰들이 대부분 1GHz 프로세서의 성능을 가진 것과 달리 보급형은 600~700MHz 수준을 지원한다.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2년 약정으로 특정 요금제와 묶이면 실제 판매가는 월 1만원 수준이라는 점도 보급형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단말기의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의 요금제를 쓰느냐다. 갤럭시S 같은 고가 스마트폰도 월 5만5000원짜리 요금제를 사용하면 소비자가 한달에 내야 하는 단말기 값은 1만원 선으로 떨어진다. 각종 이벤트 또는 회사 차원에서 구입할 경우 단말기 부담액은 2천~3천원 수준까지 낮아지기도 한다.
보급형 스마트폰의 경우 출고가 자체는 저렴하지만 월 최소 4만5000원 또는 5만5000원짜리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는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 단말기를 구입하는 비용보다는 요금제가 차지하는 부분이 더 크기 때문에 보급형이라는 의미 자체가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고 연구원은 또 "제조사 입장에서도 보급형 제품을 출시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면서 "저렴하게 공급한 제품이라고 해서 OS업그레이드, AS 등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런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