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에서는 과학기술의 대형화 및 복잡화 추세에 따라 연구시설과 연구장비에 대한 투자확대와 더불어 연구인프라 확충에 힘을 쏟아왔다. 그러나 초기 설치 및 도입 단계에만 집중하다 보니 효율적인 운영 및 공동 활용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실정이다. 몇몇 대학과 연구 기관의 경우 정부 자금으로 고가의 장비를 설치했지만 연구 목적과 맞지 않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연구장비가 부족해 문제를 겪는데 기관에서는 불필요한 장비가 너무 많아 쓸데없는 비용을 소비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청(청창 김동선)의 '연구장비 공동이용 지원사업'은 고가 연구장비의 휴면화를 방지하는 동시에 중소기업의 장비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장비를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고급 장비를 활용할 수 있다. 기관 입장에서는 유휴 장비를 활용해 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은 서울대학 등 127개 대학 및 연구기관이 보유한 8000여대의 첨단 연구장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이 사업은 중소기업에 장비 사용료의 60%,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해 연구 · 개발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 주고 있다. 올해의 경우 126억원의 예산이 사업시작 후 1개월여 만에 소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에 따라 중기청은 기업의 필요를 반영, 연구장비 공동이용 지원사업 예산을 올해 126억원에서 내년엔 151억원으로 확대 지원하기로 했다.

전체적으로 2007년부터 올해까지 332억원을 투입,연 평균 1400여개의 중소기업을 지원했다. 총 5만3261건의 공동장비 활용성과를 이뤘다. 성과 실적이 누적되면서 지원금과 지원 횟수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연구장비 공동이용 지원사업은 대학,연구소 등 주관기관과 참여기업으로 나눠 만족도 분석을 실시했다. 주관기관은 56개 중 54개가 응답했고 참여기업은 1640개 중 512개의 기업이 설문에 응했다.

2008년 주관기관이 보유한 연구장비를 외부에서 활용한 실적을 분석해 본 결과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66.5%로 제일 높았다. 대학이 14.2%,대기업이 11.3%로 뒤를 이었다. 중소기업이 장비를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고 그 비율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사업 시행 이후 중소기업의 장비 활용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관기관 입장에서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75.9%를 나타냈다. 구체적인 사업 시행 방안에 대해서는 온라인 이용절차 만족도는 61.1%,바우처 구매방식에 대한 만족도와 이월금 및 잔액정산 만족도는 동일하게 각각 57.4%를 기록했다. 사업 자체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았지만 세부 방안에 대해서는 일부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중기청 관계자는 평가했다.

기업의 경우 사업 참여 후 신기술 개발 및 도움 여부를 보면 신기술 개발에 대해선 62.1%,신제품 개발에 대해서는 64.7%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이 사업이 기업의 연구 · 개발(R&D)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지원금당 기술적 성과에 대한 분석에서는 프로토타입 및 시제품 개발 성과가 정부지원 1억원당 3.1개로 가장 높았다. 특허출원은 1.53개,기술 · 품질인증은 0.85개 순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성과에서는 정부지원 1억원당 매출액 기여가 2억9800만원으로 나타났다. 수출액 기여는 1억5100만원,순이익 기여는 4200만원으로 분석됐다. 정부지원의 3배에 해당하는 매출 증가 효과도 중요하지만 특허나 시제품 개발 성공의 경우 앞으로 그 이상의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만큼 의미가 크다고 중기청 측은 분석했다.

전반적인 만족도는 77.7%로 나타났다. 세부 항목을 보면 주관기관에 대한 만족도는 82%,주관기관 연구원의 전문성에 대한 만족도는 80.7%로 나타났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