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CEO 경영교실] 취미로 한 발명이 히트상품으로…이젠 '로열티 재테크' 시대

돈 되는 아이디어 특허
박윤호 유노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우리나라에서 2008년 한 해 동안 해외에 지불한 특허 사용료가 55억달러나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특허를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이라거나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이라고 합니다. 특허전쟁의 시대에 특허는 더 이상 소수의 특정 발명가나 기업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다면，그 아이디어가 독창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지금 당장 특허출원을 통해 특허를 소유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 특허가 창업의 기회가 될 수도 있고，회사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아이디어 특허만 있다면 특허기술거래를 통해 특허의 가치를 평가받아 로열티 재테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발명은 취미…고수익은 덤

많은 사람이 발명을 시작하게 되면 자신이 생각해 낸 것이 상당한 수준이며，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발명을 직업으로 삼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발명이 상품화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고,사업화되려면 많은 시간과 금전적인 비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직업화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오히려 아이디어를 갖고 발명을 취미 삼아 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입니다. 본인의 기업과 관련된 발명은 기업체에서 활용하고，기업과 관련이 없는 발명특허는 일정금액의 기술료를 받고 기술을 이전하거나 일정 기간 사용하는 데 대한 실시권을 부여하면 또 하나의 재테크나 경영 전략이 되기 때문이죠.

전문가는 아니지만 취미로 발명을 해 성공한 경우는 수없이 많습니다. 겨우 13세였던 미국의 목동 조셉은 가시 달린 장미 넝쿨을 보고 철조망을 발명,억만장자가 됐습니다. 일본 여성 사쿠라이는 긴 팬티를 입고 불편해하는 손자를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라 팬티를 잘라 중요한 부분만 살짝 가린 삼각팬티를 만들어 벼락부자가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가정주부가 바람에 날리지 않는 '탄력밴드 모자'를 발명해 히트를 쳤습니다. 이 주부는 빨랫감에 섞여 있던 아이들 팬티 고무 밴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모자 안쪽에 탄력밴드를 붙여 착용감을 좋게 하고,바람이나 격렬한 운동에도 잘 벗겨지지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분은 탄력밴드 모자로 국내 실용신안등록과 해외특허출원을 마친 뒤 모자 생산업체로부터 3년간 기술을 사용하는 대가로 고정기술료 1억5000만원을 일시불로 받고，판매액의 9% 정도를 로열티로 받는 조건으로 사업화에 성공했습니다.

#개인의 특허출원은 이렇게

개인이 발명을 취미 삼아 하던 중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특허출원하고자 할 때는 변리사를 통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특허출원 서류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금전적인 부담이 됩니다. 특허청에서는 이런 개인 출원의 금전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온라인으로 손쉽게 특허출원할 수 있는 전자출원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특허청의 '특허로 홈페이지(patent.go.kr)'에 접속한 다음 '전자출원길잡이'를 참조하면 됩니다.

수준이 높은 기술은 전문 지식을 가진 변리사를 통해야 하지만,일상생활 속에서 떠오른 생활용품 등과 관련된 아이디어는 전자출원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특허청에서는 학생들의 발명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는 1년에 1건씩 무료로 특허출원 서류를 대신 작성해 줍니다. 자녀들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특허출원을 할 경우 제안서 등을 작성해 대한변리사회에 신청하면 변리사들에게 할당,특허출원 문서를 무료로 작성해 줍니다. 자녀들이 떠올린 아이디어를 무료 특허출원을 통해 등록해 두면 대학 진학 시 특례입학과 해외유학 시 창의력에 대한 가점을 부여받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기업 특허는 신속성이 생명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떨까요. 기업에서 많은 연구 개발비를 투자해 개발한 기술이 있다면 특허출원한 아이디어를 빨리 등록받아 수익을 올리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사례를 살펴보죠.

도로 포장을 주업으로 하는 한 중소 건설회사가 도로공사 입찰을 통해 수주를 받게 됐습니다. 이 회사는 외국 기업이 한국에 특허등록받은 신공법을 적용해 시공을 했죠.공사를 완료한 뒤 수익을 따져보니 특허기술에 대한 로열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해 별로 이익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던 최고경영자(CEO)는 지인으로부터 "외국 기업보다 더 우수한 기술을 개발,빨리 특허등록을 받아 다음 공사입찰부터 적용하면 된다"는 말을 듣게 됐습니다.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고 절실하게 느낀 CEO는 그날부터 연구 · 개발에 몰두했습니다.

외국 기업의 특허등록 공법을 적용하면서 느꼈던 문제점과 국내외 특허기술조사서를 토대로 최근 화두인 친환경 녹색기술을 적용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 기존의 기술보다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발명을 했습니다. 이를 특허청에 특허출원한 뒤 '우선심사'를 곧장 신청했고，특허출원한 지 4개월여 만에 특허등록을 받아냈습니다. 이 회사는 현재 특허기술을 활용한 도로공사 수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특허청에 특허출원을 하면서 심사청구를 하면 출원한 순서에 따라 심사를 받게 됩니다. 특허출원한 날로부터 특허청 심사를 받는 데 기술내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20개월 정도 소요됩니다. 이런 심사기간의 장기화로 특허출원한 기술을 사업화하는 데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습니다. 특허청에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긴급처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출원은 다른 출원에 우선해 심사할 수 있는 우선심사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쉽게 말해 급행제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대상으로는 △벤처기업 확인을 받은 기업의 출원 △공해방지에 유용한 특허출원 △수출 촉진에 직접 관련된 특허출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직무에 관한 특허출원 등입니다.

#도전！ 아이디어 특허

세계적으로 성공한 정보통신업체들은 대부분 조그만 벤처기업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들 기업이 성공한 요인은 독창적인 기술력입니다. 처절한 경쟁을 통해 끈질긴 생명력을 갖는 벤처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인텔의 CEO는 "벤처기업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빠른 적응력이다. 적응력이 없는 벤처기업은 도태되고 만다. 대기업이 된 뒤에도 마찬가지다"고 말했습니다. 기업연구소를 두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기술개발 투자비율이 대기업을 앞선다고 합니다. 이 점을 고려해 기술로 승부하는 벤처기업 등의 특허출원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발빠르게 대응하도록 우선심사를 통해 특허등록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해 주는 것입니다.

취미로 발명해 히트상품을 만들고 기업의 기술에 경쟁력을 갖추는 일은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노력으로 구체화하고,각종 정보와 특허제도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사업화되는 것입니다.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ope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