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진 현대건설 노조위원장(사진)은 "무리한 외부 차입을 통해 인수자금을 마련한 기업이 (채권단에 의해)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다면 즉각 매각 무효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31일 "과거 예로 볼 때 그 같은 기업은 현대건설과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갖고 있는 현금으로 자신들의 빚부터 갚으려 들 것이고,그렇게 되면 현대건설은 새로운 도약이 아니라 또다른 부실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6월 말 기준으로 현대건설이 1조3500억원,현대엔지니어링이 5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국내외 인수 · 합병(M&A) 사냥꾼들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이 돈에 눈독을 들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단순히 가격뿐 아니라 경영비전과 투자계획 등 비가격 요소도 충분히 고려할 것을 채권단 측에 계속 전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 위원장은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한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그룹을 직접 비교하는 걸 부담스러워했다. 하지만 자체 자금으로 인수에 나선 현대차그룹과 달리 전략적 투자자를 끌어들인 현대그룹과 파트너인 독일 엔지니어링 그룹 M+W에 대해서는 궁금한 점이 많고 걱정도 크다고 했다.

그는 "M+W의 외형이 현대건설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며 "실체를 알고 싶어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어떠한 방법으로 경영에 참여할 계획인지 등에 대해 독일로 공문까지 보냈으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에서는 현재로선 밝히기 어렵다는 답만 들었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내놓은 현대건설 인수 후 경영 청사진에 대해선 "고용 보장과 투자 확대 등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지만 연도별 세부 투자일정 등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998년부터 12년째 노조를 이끌고 있다는 임 위원장은 현대그룹이 주장하는 고(故) 정몽헌 회장의 사재 출연 등 자구노력에 대해 "(그런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느끼지도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현대그룹은 사재출연 등을 근거로 현대건설 우선매수청구권을 달라고 채권단에 요구하고 있다.

임 위원장은 "(현대그룹에서 얘기하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자구노력은 퇴직금을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주식으로 받은 직원들이 벌였고 지금 회사를 되살린 주역도 불철주야로 피땀을 흘려 온 임직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건설 부실화는 (당시 대주주들이) 대북사업하느라,그리고 다른 계열사에 갖다준 것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대건설 매각과 관련,고 정주영 명예회장 등을 등장시킨 네거티브 광고전에 대해서도 마뜩찮아했다. 그는 "현대건설 임직원 모두는 고 정 명예회장의 창업정신을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최근의 TV 광고 등은 분명히 직원들 정서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현대건설 매각은 인수사와 현대건설,채권단 3자가 모두 웃는 결과가 반드시 나와야 한다"며 "대우건설처럼 채권단만 웃고 인수사와 대우건설은 우는 상황이 또다시 도출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채권단은 인식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12일 본입찰을 실시해 곧바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실사 및 최종 가격조정 등을 거쳐 가급적 연말까지 매각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