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어닝시즌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의 확정 실적 발표로 반환점을 돌았다. 중간 성적표는 기대에 못 미친다. 실적 발표 기업 10곳 중 4곳은 시장 추정치를 훨씬 밑도는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내놨고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 비중은 줄었다. 그럼에도 시장이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유동성 랠리 덕으로 풀이된다.

◆10곳 중 4곳은 '어닝 쇼크'

29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86개사 중 37개사(43.02%)가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보다 10% 이상 낮은 영업이익을 내놨다. 2분기 중간 점검 결과(7월30일) 어닝쇼크 기업 비중이 16.2%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반면 3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10% 이상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은 19개사(22.09%)로,2분기 38.8%에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분석 대상은 지난달 1일까지 3개 이상 증권사가 실적 추정치를 발표한 상장사다.

3분기 67억원의 영업이익이 기대됐던 LG전자는 1852억원 적자를 냈다. 영업흑자가 예상됐으나 실제 성적이 마이너스인 기업은 LG전자 외에도 대우건설 한미약품 SBS 한국제지 등 5개였다.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대형 정보기술(IT)주들이 어닝 쇼크 기업에 포함됐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이 추정치보다 83.40% 높은 3474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해 어닝 서프라이즈의 선두에 섰다. 두산인프라코어현대상선글로비스 등 기계와 운수 · 창고 업종에서 깜짝 실적이 이어졌다. 코스닥시장에서도 휴맥스 멜파스 다산네트웍스 등이 기대를 웃도는 성적을 내놓으면서 중소형주 랠리를 달궜다.

정유정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전체적인 3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거나 조금 못 미친다"며 "예상치와 별개로 3분기가 올해 실적의 고점으로 파악되며 이미 시장의 관심은 4분기 이후로 넘어갔다"고 분석했다.

◆산업재 · 소재 · 에너지는 호전 예상

4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 기대치는 높지 않다. 기업들의 실적이 이르면 2분기,늦어도 3분기엔 고점을 찍을 것이란 컨센서스가 일찌감치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 중 산업재 · 소재 · 에너지 관련 기업들은 4분기에도 실적이 대폭 호전될 것으로 예상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에너지는 작년 4분기에는 영업이익이 7억원에 불과했지만 올 4분기에는 4459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글로벌 수요 회복에다 신규 설비 증설 부담이 줄어 정제마진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금호석유도 4분기 영업이익이 9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0.90% 늘어나고,3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했던 에쓰오일은 영업이익이 27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됐다.

건설경기 회복 지연에도 현대건설삼성물산은 4분기 양호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현대건설은 4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69.86% 증가한 167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삼성 계열사 수주 물량 증가 덕에 4분기 영업이익이 163.67% 늘어난 1210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코스닥 기업 중에선 모두투어 아이피에스 서울반도체 주성엔지니어링 등이 거론된다. 김형렬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4분기 실적은 성과급 지급 등 불규칙 변수가 많아 실적 전망치의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미/김동윤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