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로 손실이 났는 데도 세금을 내야 하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펀드 결산 시 평가이익을 유보할 수 있게 허용하고,전체 투자 기간 손실이 나면 비과세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도입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는 파생상품거래세 신설은 현물시장마저 위축시킬 우려가 있어 신중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세무학회가 29일 법무법인 율촌,한국경제신문과 공동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금융세제 개선방안' 심포지엄에서 문성훈 한림대 경영학부 교수(사진)는 주식 직접투자,일임형 랩 등과의 과세 형평성을 감안해 현행 펀드 과세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설정일에 맞춰 1년에 한 번 펀드 결산 시 이익금의 15.4%를 원천징수하는 통상의 펀드과세 방식이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실현 이익에 세금을 내는 것이라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가 결산 시점에서 평가이익 유보를 결정하고 과세를 이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문 교수의 제언이다.

문 교수는 펀드 투자에서 결과적으로 손실을 입었는 데도 결산 시 과세소득이 발생하는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전체 투자 기간의 손익을 합산해 과세하도록 세제를 보완할 것을 주장했다. 이를 위해 독립적인 펀드 과세체계를 마련해 결산기로 정해진 과세 시점을 변경하거나,투자 손실을 봤을 때는 원천징수한 세금을 환급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문 교수는 펀드면허세 문제에 대해 "펀드는 법인격이 없고,있다 하더라도 명목상 회사(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해 과세 주체로 보고 면허세를 부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논란 중인 파생상품거래세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영한 서울시립대 교수와 강남규 율촌 변호사는 "파생상품은 거래비용에 예민해 세금 부과가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1998년부터 주가지수와 주식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부과 중인 대만에선 외국인 투자자가 이웃한 싱가포르거래소로 대거 이탈하는 등 부작용이 뚜렷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막연한 감'에 의존한 소모적이고 정치적인 논란에 앞서 실증적인 효과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선 자본소득에는 낮은 세율로 과세하고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고율의 누진세제를 유지하는 '이원적 소득세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종석 조세연구원 연구원은 "현행 소득 과세제도는 종합과세를 지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자본소득이 분리 · 저율과세 또는 비과세되는 이원적 소득세제에 가까워 전환에 따른 경제적 부담도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