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 아내 격려가 '천금 같은 힘'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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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 딛고 매출 900억대 기업 일군 이희춘 사파이어테크놀로지 대표
2006년 초 서울 변두리에 있는 56㎡짜리 소형 아파트.한 중년 남자가 힘없는 발걸음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이젠 마지막으로 전세계약서를 들고 은행에 가서 대출을 부탁해야 할 판이었다.
직원 월급,원부자재 대금 등 돈 쓸 곳은 파도처럼 밀려들었지만 수중의 돈은 거의 바닥났다. 엔젤 투자자로부터 받은 돈은 써버린지 오래됐다. 누나와 매형에게도 손을 벌렸다. 전셋집도 109㎡에서 이미 반으로 줄인 터였다.
'아내가 펄쩍 뛰면 어떻게 할 것인가. ' 마침 아내는 집에 없었다. 장롱 서랍을 열고 전세계약서를 꺼냈다. 그래도 최소한 아내에게는 양해를 구하기로 했다. 은행으로 가는 도중에 "전세계약서로 대출받으러 가는데 이해해 달라"고 부탁했다. 뜻밖에도 아내는 밝은 목소리로 "알았어요. 힘내세요"라고 답했다. 그는 용기를 얻어 다시 기술개발과 적극적인 영업에 나설 수 있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그의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4년 전 이런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인이 이희춘 사파이어테크놀로지 대표(49)다. 그는 몇 년 새 연매출 1000억원을 바라보는 중견 기업으로 키워냈다. 이 회사는 2000년 창업해 2006년까지는 매출이 거의 없었다. 2007년 매출도 고작 45억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2009년엔 121억원(당기순이익 8억원)으로 뛰더니 올해 매출은 9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8월 말까지 매출이 430억원을 기록했고 이미 확보한 주문이 45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수익성이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공업용 사파이어분야에서 세계적인 업체로 발돋움한 것이다.
이 회사는 화성 봉담에 작은 공장을 가동하다 이를 4개로 늘렸고 그래도 부족하자 발안산업단지에 500억원을 투자해 또다시 공장을 짓고 지난 8월 말 본사를 이곳으로 옮겼다. 발안 공장은 부지 1만1550㎡에 건평이 1만㎡에 이른다. 인원도 1년 전 50여명에서 154명으로 3배 늘었다.
공업용 사파이어는 LED를 만드는 핵심원료다. 어른 팔뚝만한 사파이어 덩어리(잉곳) 한 개는 그랜저 승용차 한 대값과 맞먹는다. 이를 잘라 원판형 웨이퍼처럼 얇게 만든 뒤 그 위에 화합물을 입혀 만든 박막으로 LED를 만든다.
이 회사 제품은 국내는 물론 일본과 대만에서도 줄을 서서 사가려고 한다. 세계 최초로 '사각형 잉곳'을 만드는 '수직수평온도구배법' 기술을 적용해 기존 '종모양 잉곳'보다 수율이 두 배가량 높기 때문이다.
경남 함안 출신으로 마산고를 나온 뒤 서울대 금속공학과에서 학사부터 박사학위까지 받은 그는 강원산업을 거쳐 2000년 사파이어테크놀로지 창업에 관여했다. 공업용 사파이어가 가장 적합한 분야라고 판단,최고기술책임자(CTO)로 참여한 뒤 2003년 대표를 맡았다.
그간 어려움도 많았다. 사파이어 잉곳에 대한 정보가 없어 외국 업체들을 방문하려 해도 만나주지 않았다. 하지만 기술개발에 매달려 독학으로 공업용 사파이어를 개발했다. 사파이어테크놀로지는 최근 벤처캐피털들이 자금을 투자해 설비 투자와 새 공장 건설 등에 나설 수 있었다. 지난 8월 지식경제부로부터 '10대 핵심소재 사업자'로도 선정됐다. 이제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난 셈이다. 아내의 격려 덕분에 사파이어처럼 빛나는 기업을 일궈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화성=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
직원 월급,원부자재 대금 등 돈 쓸 곳은 파도처럼 밀려들었지만 수중의 돈은 거의 바닥났다. 엔젤 투자자로부터 받은 돈은 써버린지 오래됐다. 누나와 매형에게도 손을 벌렸다. 전셋집도 109㎡에서 이미 반으로 줄인 터였다.
'아내가 펄쩍 뛰면 어떻게 할 것인가. ' 마침 아내는 집에 없었다. 장롱 서랍을 열고 전세계약서를 꺼냈다. 그래도 최소한 아내에게는 양해를 구하기로 했다. 은행으로 가는 도중에 "전세계약서로 대출받으러 가는데 이해해 달라"고 부탁했다. 뜻밖에도 아내는 밝은 목소리로 "알았어요. 힘내세요"라고 답했다. 그는 용기를 얻어 다시 기술개발과 적극적인 영업에 나설 수 있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그의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4년 전 이런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인이 이희춘 사파이어테크놀로지 대표(49)다. 그는 몇 년 새 연매출 1000억원을 바라보는 중견 기업으로 키워냈다. 이 회사는 2000년 창업해 2006년까지는 매출이 거의 없었다. 2007년 매출도 고작 45억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2009년엔 121억원(당기순이익 8억원)으로 뛰더니 올해 매출은 9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8월 말까지 매출이 430억원을 기록했고 이미 확보한 주문이 45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수익성이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공업용 사파이어분야에서 세계적인 업체로 발돋움한 것이다.
이 회사는 화성 봉담에 작은 공장을 가동하다 이를 4개로 늘렸고 그래도 부족하자 발안산업단지에 500억원을 투자해 또다시 공장을 짓고 지난 8월 말 본사를 이곳으로 옮겼다. 발안 공장은 부지 1만1550㎡에 건평이 1만㎡에 이른다. 인원도 1년 전 50여명에서 154명으로 3배 늘었다.
공업용 사파이어는 LED를 만드는 핵심원료다. 어른 팔뚝만한 사파이어 덩어리(잉곳) 한 개는 그랜저 승용차 한 대값과 맞먹는다. 이를 잘라 원판형 웨이퍼처럼 얇게 만든 뒤 그 위에 화합물을 입혀 만든 박막으로 LED를 만든다.
이 회사 제품은 국내는 물론 일본과 대만에서도 줄을 서서 사가려고 한다. 세계 최초로 '사각형 잉곳'을 만드는 '수직수평온도구배법' 기술을 적용해 기존 '종모양 잉곳'보다 수율이 두 배가량 높기 때문이다.
경남 함안 출신으로 마산고를 나온 뒤 서울대 금속공학과에서 학사부터 박사학위까지 받은 그는 강원산업을 거쳐 2000년 사파이어테크놀로지 창업에 관여했다. 공업용 사파이어가 가장 적합한 분야라고 판단,최고기술책임자(CTO)로 참여한 뒤 2003년 대표를 맡았다.
그간 어려움도 많았다. 사파이어 잉곳에 대한 정보가 없어 외국 업체들을 방문하려 해도 만나주지 않았다. 하지만 기술개발에 매달려 독학으로 공업용 사파이어를 개발했다. 사파이어테크놀로지는 최근 벤처캐피털들이 자금을 투자해 설비 투자와 새 공장 건설 등에 나설 수 있었다. 지난 8월 지식경제부로부터 '10대 핵심소재 사업자'로도 선정됐다. 이제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난 셈이다. 아내의 격려 덕분에 사파이어처럼 빛나는 기업을 일궈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화성=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