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 앤드 포에버(now and forever)'라는 표현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유명 팝스타 리처드 막스의 감미로운 곡을 떠올릴 것이다. 공연기획과 제작을 하는 필자에겐 브로드웨이 뮤지컬 '캣츠'의 홍보 문구로 낯익다. 지금부터 영원히 공연을 하겠다는 뜻이다. 모든 공연 제작사와 연출가,배우들의 꿈이기도 하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1988년 초연 이후 9000회를 넘기면서 현재까지 23년째 장기 공연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1억명 이상이 관람했으며,누적 수입은 50억달러에 달한다. 최고의 흥행작이라는 영화 타이타닉과 아바타의 수입을 가볍게 뛰어넘는 금액이다. 아날로그의 힘이라고나 할까. 영상 복제예술이 대세라는 디지털 시대에서도 현장감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라이브 공연은 막강한 위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듯싶다.

공연 자체의 높은 수익성에 못지않게 '미스 사이공' 등이 브로드웨이를 세계의 관광명소로 만드는 데 역할을 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브로드웨이에서의 뮤지컬 한 편 관람은 뉴욕 관광의 필수 코스가 된 지 오래다. 유명 공연을 보려면 짧게는 6개월 전에 예약해야 한다.

비록 시작은 늦었지만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공연을 세계적인 관광상품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록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도 나타났다. 난타와 점프,비보이 등 넌버벌(Non-Verbal)공연이 그 주역이다. 이 같은 공연 관람객의 60%가 외국인이다. 난타와 점프는 전 세계를 돌며 공연 중이다. 한국관광공사도 한국의 상설 공연문화를 알리기 위한 해외 프로모션을 실시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최근 1~2년 새 상설 전용관이 많이 생겼고,장기 공연도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다.

국내외 관광객뿐만 아니라 해외 바이어,프로모터 등을 초청해 2006년부터 매년 국내에서 개최하는 행사가 공연관광축제(Korea In Motion)다. 필자가 제작한 미술을 소재로 한 작품 '드로잉쇼'도 2008년 이후 해마다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상설공연장에서 장기 공연 중이다. 16~31일까지 계속되는 이 축제는 넌버벌 공연뿐만 아니라 뮤지컬,전통공연 등으로 구성됐다. 한국관광공사는 외국인들을 포함해 10만여명이 관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 공연이 세계적인 문화관광상품이 되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대다수 공연들의 수익성은 높지 않고,신규 작품의 진입도 더딘 편이다. 브로드웨이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까지 숱한 도전과 실패,재기의 역사가 펼쳐졌다. 정부와 각계의 지원으로 수익성을 걱정하지 않고 참신한 작품들이 맘껏 공연할 수 있는 브로드웨이의 시스템은 벤치마킹할 만하다.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 기간을 앞두고 항공권과 숙박권이 동났다는 외신 기사를 접할 때마다 부러웠다. 우리의 공연관광축제를 즐기기 위해 외국인이 줄 섰다는 기사를 하루빨리 보고 싶다.

정규철 < 펜타토닉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