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오찬 회동 따로 하며 환율 공동대응 숙의
정부, G7 독자행보 상관없이 양자면담 등 중재 나서

`환율 전쟁터'에 모인 주요 20개국(G20)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회의장 밖에서도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신흥시장국의 통화가치 절상과 국제통화기금(IMF) 지분 조정 문제를 앞두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클럽' G7 오찬 따로 하며 공동전선 구축

22일 정부와 G20 참가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이날 정오께 경주 시내 모처에서 중국 등 신흥국들을 배제한 채 따로 모여 G20 재무장관 회의에 앞서 사전논의를 진행했다.

G7(Group of 7)은 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를 일컫는다.

이번 모임은 환율과 국제통화기금(IMF) 지분 문제 등 G20의 민감한 이슈를 두고 미국, 유럽, 일본 등 서로 조금씩 입장이 다른 선진국 그룹이 뜻을 모아보자는 취지로 읽힌다.

동시에 회의를 앞두고 중국 등 신흥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도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프랑스 재무장관실의 크리스토프 보나르 부국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G7 국가들이 이날 따로 오찬 모임을 갖고 (환율 등 쟁점 현안에 대해) 합의에 근접했다"며 "환율 문제와 IMF 지배구조 개혁에 관해 차기 G20 의장국 장관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재무장관이 윤증현 장관에게 프랑스의 입장을 전달하고, 아울러 G7 재무장관들의 논의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중국과 브라질 등 선진국들의 환율 갈등의 상대방에 대한 선진국들이 공동전선을 이미 구축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정부, 릴레이 양자면담 통해 중재활동 계속

정부는 선진국 클럽인 G7이 신흥국을 배제한 채 따로 모임을 갖는 등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과 상관없이 의장국으로서 잇따른 양자면담을 통해 환율 갈등과 IMF 지분 개혁 등 쟁점 사안에 대한 중재작업을 진행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G20 장관회의의 공식 개막에 앞서 이날 캐나다, 미국, 프랑스 재무장관들을 잇달아 회동하며 주요 의제들에 대한 협조와 양보를 당부했다.

프랑스 재무장관실의 보나르 부국장은 "윤 장관과 네 번째 만나는 라가르드 장관이 (윤 장관에게) 친밀감을 표시하는 등 화기애애한 가운데 면담이 이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G20 각국들 `장외 홍보전' 치열

한편,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은 회동에 앞서 환율 문제와 관련해 G20 회의에서 환율이 자국 경제의 펀더멘틀(기초여건)을 반영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경제 펀더멘틀을 반영한 환율'이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거두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절상해야 한다는 견해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다 재무상의 이러한 발언은 일본 재무성 출입기자들만 대상으로 전해졌다는 후문이다.

유럽연합(EU)의 올리 일마리 렌 경제통화집행위원은 같은 날 오전 기자들을 만나 "이번 회의의 주요 이슈는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협력 방안을 합의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럽경제ㆍ재무이사회(ECOFIN)의 순번 의장국인 벨기에의 디디에 레인데르스 재무장관도 "국제경제 환경을 반영한 균형잡힌 환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전날 경주에서 자국 일간지와 인터뷰를 통해 "공정한 외환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인된 기준이 없다"며 "주요국들이 외환정책 지침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를 원한다"고 말하는 한편 "중국 위안화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공식 회의를 앞두고 이처럼 선진국 그룹의 고위 인사들이 언론을 통해 각자의 입장을 중구난방식으로 강조하는 것은 다음 달 열리는 G20 서울 정상회의의 이슈를 주도하고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목적에서 비롯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환율 문제를 어느 선에서 합의할 것인가, IMF 지분을 어떤 방식으로 재분배할 것인가 등을 두고 치열한 샅바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까닭에 회의에 앞서 언론을 통해 이런저런 의견을 내놓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주연합뉴스) 오정훈 김용래 홍정규 기자 jhoh@yna.co.kryonglae@yna.co.krzheng@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