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정당국의 사정바람과 당국자들의 남북 관계 발언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기조를 읽을 수 있다. 안으로는 사정으로 기강을 다잡고 밖으로는 남북관계에 변화를 꾀하려는 기류가 뚜렷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사정에 대해 "특정 목표를 갖고 기획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 수사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그렇지만 최근 내부기류는 사뭇 다르다. 공정사회를 내세운 것 자체를 사정과 연결짓는 시각이 강하다. 대기업에 대한 전방위 수사와 함께 공직 기강 감찰 활동도 한층 강화됐다.

청와대는 내달 30여개 중앙부처 · 기관 감사관이 참석하는 감사관계관 회의를 갖는다. 청와대에선 "분기마다 한 번 하는 일상적인 회의"라고 하지만 공직기강과 사정의 수위를 높이려는 차원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청와대는 앞서 지난달 감사관계관 회의에서 각 부처 장 · 차관급 등 고위 공무원단 1500여명과 주요 국책사업 관련자를 대상으로 권력형 비리,횡령,음주운전 등 기강해이 사항을 점검해 엄단 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이 이날 경찰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한동안 꺼내지 않았던 토착 · 교육 · 권력 비리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주문한 것은 집권 하반기 레임덕을 막고 국정 장악력을 높이려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선거가 없는 내년이 주요 정책을 추진할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려면 공직기강 확립은 필수적이다. 내부 측근 비리를 예방하려는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역대 정권에서 조기 레임덕은 '내부 비리 게이트'에서 시작된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태 이후 강경 일변도였던 대북 대응에 대한 변화 조짐이 엿보인다. 북한의 잇단 대화 제의에 우리 정부도 대화의 고리를 잡으려는 분위기다. 일종의 '천안함 출구전략'인 셈이다. 계속 '강대강' 대결구도로 갈 경우 현 정부 내 남북 관계에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이 제2개성공단 건설을 제안한 것과 외교통상부 고위 당국자가 지난 20일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에 대한 성의표시를 회담 재개의 전제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힌 게 단적인 예다. 조건이 달려 있지만 불능화 조치 이행이 있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듯한 모양새다.

그는 특히 천안함 문제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6자회담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도 말했다. 이 대통령이 대북 강경파 인사를 제치고 협상파인 천영우 전 외교통상부 2차관을 외교안보수석으로 발탁한 것은 대북 정책에서 원칙을 지키면서 유연성을 발휘하는 쪽으로 끌고 가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지나 내년에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