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재계 순위 60위권에 올랐던 C&그룹에 대한 검찰수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21일 C&그룹의 서울 장교동 본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데 이어 임병석 C&그룹 회장(49)을 긴급 체포해 조사했다.

검찰에 따르면 임 회장은 인수 · 합병(M&A)을 통해 계열사를 늘리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해 정 · 관계 로비 자금으로 쓴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또 그룹의 주요 관련자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조만간 이들을 불러 비자금 조성경위 등을 캐물을 계획이다.

검찰 수사가 속전속결 양상을 보임에 따라 대검 중수부가 비자금 조성 및 로비의혹과 관련해 이미 상당한 물증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이날 오전 C&그룹 본사 및 대구 C&우방 등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회계장부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압수수색과 동시에 임 회장을 자택에서 체포,회사자금을 빼돌려 정 · 관계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대검 관계자는 "임 회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것"이라고 말해 중수부가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상태임을 시사했다. 임 회장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되거나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수부가 기업 비리보다는 정 · 관계 로비 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중수부는 C&그룹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세양선박(현 C&상선) 등을 잇따라 M&A해 사세를 키운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수부가 과거 정부 실세 정치인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또 M&A의 후유증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던 2008년을 전후로 C&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그룹 해체를 막기 위해 정 · 관계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에 나섰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C&그룹이 위기에 몰리자 불법적으로 조성한 비자금을 이용해 전방위적인 로비를 펼쳤다는 소문이 수년간 떠돌았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