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대 접견실에서 만난 스즈키 아키라 명예교수는 인자한 노(老)학자의 풍모가 물씬 풍겼다. 스즈키 교수는 시샤모(바다 빙어)로 유명한 홋카이도 무카와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공부 잘하는 아이로 동네에서도 유명했다. 고등학생 때 아버지를 여의어서 가정 형편은 넉넉지 못했다. 홋카이도대에 입학한 뒤 학비를 벌기 위해 1년간 휴학을 하기도 했다.

원래 정답이 딱 떨어지는 수학을 좋아했다. 그러나 대학 시절 유기화학 원서에 빠져 화학전공을 결심했다. 1959년 홋카이도대 이학부 연구원을 거쳐 신설된 공학부의 조교수가 됐다. 미국 퍼듀대 유학 2년을 제외하고는 35년간 홋카이도대 연구실에서 살았다. 같은 연구실에 있던 후배들은 그를 '니혼슈(일본 청주)를 좋아하는 형님','이론에 밝고 낙천적인 과학자'로 기억한다. 후배들에겐 항상 "다른 사람 연구를 흉내내는 건 하지 마라.새로운 것을 찾아 스스로 생각하고 연구하라"고 독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