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주식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녹십자 창업주의 유언은 유효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재판장 민유숙 부장판사)는 고(故) 허영섭 전 녹십자 회장의 장남인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40)이 "의식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작성된 아버지의 유언은 무효"라며 모친 정모씨(64) 등을 상대로 낸 유언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고인의 태도와 유언 후 대외활동 등의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의사 식별 능력이 충분했다"면서 "유서 초안은 고인의 메모를 종합해 작성됐고,내용도 평소 탈북자 재단 설립 등에 관심을 보여온 고인의 의사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고인이 생전 아들들에게 재산을 적게 남기고,장남에게는 상속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점 등을 볼 때 유언장은 고인의 의사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허 전 회장은 뇌종양 수술을 받은 후인 2008년 11월 보유하고 있던 녹십자 주식 대부분을 사회복지재단에 환원하고 나머지는 아내 정씨와 차남,3남에게 물려준다는 내용의 유언을 남겼다. 1년 뒤인 지난해 11월 허 전 회장이 사망하자,상속에서 배제된 장남 허 전 부사장은 "모친이 대신해 유언을 작성할 당시 아버지의 의식은 불분명한 상태였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허 전 부사장은 모친을 상대로 유언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