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누트 웰링크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의장은 19일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대형 금융 회사들(SIFI)에 대해 추가 자본이나 조건부 자본을 확충하도록 하거나 손실분담 채권을 도입하도록 해서 손실 흡수 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137차 BCBS 회의를 가진 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김종창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가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BCBS는 27개국 44개 기관이 참여하는 은행산업에 대한 국제 규제기준 제정 기구다.한국은 작년 3월 BCBS 회원으로 가입했다.

그는 은행들에 단기 유동성 비율(LCR) 규제를 2015년에 도입하고 중장기 유동성 비율(NSFR)은 2018년에 도입한다는 방침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세계적으로 새로운 개념의 규제이기 때문에 한동안 관찰기간을 둬야 한다는 데에 오늘 회의에서도 모두가 동의했다”고 말했다.단기 유동성 비율 규제는 긴급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여 자금인출 등이 발생하더라도 30일간 자체적으로 견딜 수 있는 고유동성 자산을 보유하도록 하는 것이다.구체적으로는 고유동성자산의 비중이 순현금유출의 100%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중장기 유동성 비율 규제는 일반적 위기상황에서 1년 이상 현금화되지 않는 자산 규모 이상으로 안정적 자금을 보유토록 하는 제도로,인정되는 안정자금(부채 및 자본)의 비율을 필요 안정자금(자산)의 10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SIFI로 지정될 금융기관의 수에 대해 “오는 11월과 12월에 열리는 바젤위원회에서 추가 논의가 될 것이며 내년 3월부터 정확한 구체적인 숫자에 관한 논의가 시작돼 내년 중반에 구체적인 숫자가 결정될 것”이라며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그는 “은행 규제는 글로벌 금융규제 패키지의 일환으로 금융안정위원회(FSB)와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IFI에 대한 규제와 ‘바젤3’로 불리는 은행 자본·유동성 규제가 중첩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럽에서 논의되는 은행세와는 중첩될 수 있겠지만 바젤위원회의 새로운 규제와 SIFI에 대한 규제가 중첩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그는 “손실흡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가자본 뿐 아니라 조건부 자본 확충 등 다른 여러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웰링크 의장은 이번 회의에서 한국이 보여준 리더십에 대해 여러 차례 칭찬했다.그는 “한국이 적극적인 리더십 갖고 바젤위원회 업무를 지원했기 때문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적절한 시기에 광범위한 패키지 완성시키는 데 크나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SIFI 지정이 국내 금융지주사와 은행간 합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에 대해 “우리 은행들의 자산 규모는 세계적인 은행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영향이 없을 것임을 간접적으로 밝혔다.그는 “국내 대형은행 간 합병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자산기준 50위 내에 들기는 어렵다”며 “국내 은행 간 합병이 SIFI 규제에 역행한다고 볼 근거는 없다”고 했다.김 원장은 “그러나 SIFI 지정 이후 국제기준을 참조해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