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TV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소니는 풀브라우징 웹 검색이 가능한 '구글TV'를 미국에서 16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소니가 이번에 선보인 구글TV의 공식 명칭은 '소니 인터넷TV'.올 5월 구글이 애플TV에 대항하기 위해 맺은 글로벌 동맹의 첫 작품인 셈이다. 이 제품은 TV 시청은 기본이고 인터넷 서핑과 PC나 스마트폰에서 쓰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활용이 가능하다. 24인치 소니 인터넷TV의 가격은 불과 599달러로 1000달러를 웃도는 LED TV보다 훨씬 저렴한 수준이어서 디지털TV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검색과 웹서핑,게임,TV 시청을 하나의 기기로

소니 인터넷TV는 안드로이드 플랫폼 기반 TV다. 소니는 '일체형 TV 모델'과 '블루레이 디스크 플레이어' 두 종류를 내놓았다. 일체형 TV 모델은 키보드 내장형 리모컨만 있으면 와이파이(무선랜)로 인터넷이 가능하고 블루레이 디스크 플레이어는 블루레이가 셋톱박스 역할을 해 기존 HDTV에 연결하면 인터넷TV 기능을 갖추도록 했다.

소니 인터넷TV NSX 시리즈는 24 · 32 · 40 · 46인치 4가지 모델로 나왔다. 소니 인터넷TV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TV를 보면서 자유롭게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쿼티(QWERTY) 키패드 리모컨을 통해 쉽게 검색어를 입력할 수 있다. 소니는 삼성전자 스마트TV가 리모컨을 통해 'TV앱스' 화면을 띄운 뒤 각각 부가 콘텐츠를 찾아가도록 한 것과 달리 쿼티 자판과 PC의 인터페이스를 상당 부분 적용,사용자들이 PC를 사용하는 습관대로 TV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소니 인터넷TV는 풀 HD LCD 디스플레이와 안드로이드 플랫폼,구글 크롬 브라우저,와이파이 기능 등을 갖췄다. 듀얼 뷰 기능이 부착돼 있어 TV를 보면서도 트위터를 쓰거나 게임,스포츠 경기 결과 등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특히 2011년 초에는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과 연동해 각종 애플리케이션과 게임 등을 다운로드 받아 즐길 수 있게 돼 콘솔 기기 없이 TV만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내년부터 안드로이드마켓 앱을 내려받으면 TV용과 휴대폰용 안드로이드마켓이 호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싼 가격 vs 불편한 리모컨

소니 인터넷TV의 가장 큰 강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24인치 모델이 599달러(66만원),가장 비싼 46인치 모델이 1399달러(155만원)로 일반 LED TV와 비교하더라도 저렴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뉴욕타임스는 "구글TV는 멀티태스킹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망을 해결해준다"며 "사람들은 이제 웹페이지를 열어 놓고 축구를 시청하면서 화면 아래 작은 박스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고 추후에 다시 보고 싶은 것은 북마크까지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소니 인터넷TV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리모컨의 크기가 넷북 자판을 연상케 할 정도로 큰 데다 쿼티 자판을 쓴 까닭에 버튼 수가 많아 '리모컨이라 할 수 없다','TV를 보면서 90여개의 버튼과 씨름해야 하는가' 등의 혹평도 나왔다.

삼성과 애플 역시 구글TV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일산 킨텍스에서 최근 열린 '2010 한국전자 산업대전'에서 "키보드를 들고 TV 앞에 앉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고 평가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도 지난 6월 '구글TV와 같은 방식으로는 수익을 얻을 수 없다"고 혹평했다.

◆TV 제조사들 대응 부심

하지만 소니 인터넷TV의 가격 경쟁력은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내 TV 제조사들이 구글TV의 가격 공세에 맞서 연말 판촉 시즌에 대대적 가격 인하 정책을 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단 현재 국내 TV 제조사들은 가격 정책 변화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가격 외에도 변수는 많다. 소니 인터넷TV가 기존 삼성이나 LG가 선보인 스마트TV와 달리 PC처럼 풀브라우징을 적용한 것이 소비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받을지가 현재로선 가장 큰 관심거리다. 소니의 구글TV가 PC와 사용자 환경이 비슷하다는 점은 다른 스마트TV와는 분명히 차별화되지만 이것이 TV 이용에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향후 스마트TV 신제품에 리모컨 등 새로운 입력장치를 어떻게 적용해 구글TV와 차별화할 것인지 주목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최고급 사양 9000 시리즈에 '스마트 컨트롤 리모컨'을 사용하고 있고,LG전자는 최근 시청자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스마트TV 메뉴를 손쉽게 조정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