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자산가들이 최근 펀드로 서서히 눈을 돌리고 있어 주목된다. 주식형펀드 전체로는 여전히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증권사에선 펀드에 1억원 이상 신규 가입하는 계좌가 크게 늘었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A증권사의 1억원 이상 펀드 신규 가입 계좌 수는 올 상반기 월 평균 268개에 그쳤으나 9월 370개로 증가한 후 이달 들어 15일까지 341개에 달했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 말까지 600~700개에 이를 전망이다. 이 증권사 서울 강남지역 한 지점에 지난주 12억원을 들고 와 '알리안츠베스트중소형' 등 3개 펀드에 나눠 가입한 고객도 있다. 이 고객은 은행 특판예금이 만기가 되자 펀드로 옮겨 탄 것이다.

임민영 한국투자증권 압구정지점 프라이빗뱅커(PB)는 "펀드에 대한 거액 자산가들의 신뢰가 다소 회복되고 있다"며 "자산가들은 이미 랩에는 기본적으로 가입해 이제는 PB들이 주로 펀드를 권한다"고 말했다. 이형복 미래에셋증권 압구정지점장도 "금리가 워낙 낮은 데다 부동산은 어렵다는 판단 아래 펀드 쪽으로 조금씩 움직이는 게 보인다"고 전했다.

자문형 랩이 3조원대로 급성장했지만 투자자들이 최근 수익률 부진으로 실망하면서 '그래도 펀드'라는 인식이 살아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조재형 현대증권 개포지점장은 "최근 자문형 랩 수익률이 시장에 비해 부진하면서 '랩도 별거 없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대증권이 판매 중인 자문형 랩 8개(기본보수형)의 지난 3개월 평균수익률은 7.75%로 코스피지수 상승률(8.62%)보다 낮았다. 이 중 5개 자문형 랩은 3개월 수익률이 코스피지수에 못미쳤고,수익률이 가장 나쁜 상품은 1.46%에 그쳤다.

이와 함께 거치식이지만 투자 시점을 분산해 위험을 줄이는 '스마트(분할매수) 펀드'의 등장도 뭉칫돈 유입을 도운 요인으로 분석된다. 거액 자산가들은 삼성그룹주펀드나 중국펀드,해외채권형 펀드에 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 지점장은 "삼성그룹주의 조정이 길어지자 거꾸로 관련 펀드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점장은 "최근 한 달간 10% 수익을 낸 중국펀드에 추가로 돈을 넣은 고객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정환/서보미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