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이의 김건일 전 대표가 지난해 이사회의 승인도 없이 회사를 연대보증 대상으로 세워 돈을 빌린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김 전 대표의 게임하이 지분은 보호예수(증권회사나 은행 등이 귀중품이나 유가증권을 보관해주는 것)에 걸려 있어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김 전 대표는 게임하이를 연대보증으로 내세웠던 것. 문제는 법인을 연대보증으로 세우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 승인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김 전 대표는 이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제2금융권 등을 통해 채무를 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대표는 또 이러한 사실을 숨기고 자신이 보유한 게임하이 지분을 넥슨 측에 매각했다. 결국 김 대표 개인적으로 진 채무에 게임하이는 채무자가 됐고, 넥슨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지난 5월 게임하이를 인수한 것이다.

15일 넥슨 관계자는 "인수 계약 체결 당시에는 김 전 대표가 보유한 지분에 담보 설정 부분이 없다는 진술까지 받았다"며 "정식 승인 절차를 밟지 않고 일어난 채무관계까지 파악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관계자 역시 "김 전 대표가 채무관계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넥슨도 1차적인 피해자일 수 있다"며 "넥슨 측에서 이런 사실을 고의적으로 은폐해 이득을 얻을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과정에서 넥슨의 책임을 완전히 부인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게임 관련 한 애널리스트는 "넥슨 급의 회사가 인수합병을 했을 때 이 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건 일반적으로 흔치 않다"며 "김 전 대표와 넥슨 측 간에 사이가 틀어진 계기가 있었던 거 같다"고 언급했다.

이날 게임하이는 공시를 통해 전 최대주주 겸 대표의 배임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배임 규모는 자기자본의 23.91%에 해당하는 총 194억원이다. 현재 배임 혐의자의 노력 등을 통해 실제 피해가 발생한 금액은 85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이번 공시와 주식 거래정지를 통해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전망이다.

공태현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넥슨이 이번 채무관계를 공시했다는 것 자체가 (김 전 대표에게) 변제를 시키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거래를 중지시켜 손해를 입더라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겠다는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