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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워 인터뷰] "천재성은 없어요…음악에 몰입할 수 있는 건 호기심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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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기타리스트 이병우 성신여대 교수

    11세부터 온갖 장르 넘나들며 기타로 할 수 있는 모든 음악 표현
    아직 멀었어요…音에 도달 못했죠

    비주얼을 멜로디로 표현하는 영화음악…제겐 즐거운 작업입니다
    관객이 감정 완벽하게 느끼도록 해야죠

    세계적인 클래식 기타리스트,국내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영화음악 작곡가,1980년대 인기 듀오 '어떤 날' 멤버,통 없는 '기타바' 연구개발자….이병우 성신여대 교수(45)를 수식하는 말은 많다. 국내 핑거 스타일 기타리스트 1호이자 작사,작곡,편곡,앨범 프로듀싱,음향 디자인,음악감독 등을 한꺼번에 아우르는 멀티 기타 플레이어.

    이 모든 것을 수렴하는 한 단어는 음(音)이다. 그의 음은 감미로운 듯하면서도 묵직하고 은은한 듯하면서도 깊다. 열한 살 소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온갖 장르를 넘나들며 '기타로 할 수 있는 모든 음악을 표현'해 왔지만 그는 "아직도 멀었다"며 늘 겸손해 한다.

    대중 앞에 잘 나서지 않는 그가 1년에 한 번 대극장 공연을 갖는다. 한 해 동안 이룬 음악적 성과를 집약해서 보여주는 자리다. 올해는 오는 3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콘서트를 연다. 1984년 조동익씨와 결성한 그룹 '어떤 날'의 대표곡을 라이브로 처음 연주한다. 흥행 역사를 다시 쓴 '왕의 남자' '괴물' 등의 영화음악도 들려준다.

    그의 연주는 '손가락 끝에서 나와 심장을 두드리고 영혼을 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천재성은 타고나는 것일까. "천재성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음악에 계속 몰입할 수 있는 것은 호기심 덕분입니다. 이렇게 하면 음이 어떻게 들릴까,저렇게 하면 어떨까….부모님이 빨리 학원 가서 배우고 오라고 했다면 이렇게까지 음악을 좋아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

    그는 "어릴 때부터 음악이 그냥 좋았다"고 했다. "형 누나가 집에서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곤 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멋있었죠.처음부터 통기타가 아니라 클래식 기타로 시작했으니 남들과 조금은 다른 출발이었지요. 중학교 때는 일렉트릭 기타에 미쳤습니다. 팝송,가요,록 다 좋아하다가 클래식 음악으로 빠져들었죠.사람들 앞에서 무엇을 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음악을 만들고 스튜디오에서 일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 꿈이 빨리 이뤄져서 '어떤 날'을 만들고 앨범도 냈죠."

    그러다 스튜디오 뮤지션 생활을 하면서 연주의 벽에 부딪혔고 클래식 음악에 대한 동경을 안고 유학을 떠났다. 처음엔 잠깐 있으려고 했지만 빈에서 6년,미국에서 4년을 공부했다.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악대 기악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그는 미국 피바디음악원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했고 클래식 기타 연주자로는 최초로 'NGSW/D'Addario 기타 콩쿠르'(1997년),예일 고든 콩쿠르(1998년)에서 우승했다.

    "초기 유학시절에는 한국에 와서 앨범을 내고 그랬어요. 양희은씨와도 앨범을 만들었고….미국 시절부터는 클래식만 했죠.사람들은 '어떤 날'이라는 밴드를 자주 말하지만 사실은 '활동하지 않아서 더 유명한 밴드'죠.이번 공연에서는 연주곡에 관한 설명도 들려줄 생각입니다. 당시 멤버였던 조동익씨와 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조동익씨가 은둔자의 삶이 너무 좋다며 안 나오려고 해요. "

    이번 학기부터 성신여대 교수로 출강하는 그에게 기타는 예술이고 삶이고 교육이고 봉사다. "처음엔 길을 몰라 잘못 배운 것도 많았고 정확하지 않은 정보도 많았지만 지나고 나니까 거기에서 다른 것을 얻게 되더군요. 제게는 그냥 가만히 내버려두는 교육이 가장 큰 힘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뒤늦게 음악교육을 받았는데 모든 게 소중했어요. 정식이건 아니건 감동은 어디에나 있죠.감동 받으면서 했던 게 제일 좋았습니다. 전 작은 일에도 감동을 잘 하는 편이에요. 주위에서 너무 그러는 거 아니냐고 지적하지만 여행을 떠나도 가난한 나라는 그대로 좋고 색다른 물건만 봐도 신기하고 그래요. "

    이처럼 '감동 잘하는' 성격 때문에 영화음악도 맡게 됐다. "제 음악을 어릴 때부터 들었던 영화 쪽 사람들이 많은데 그분들이 영화음악을 많이 부탁해요. 처음에는 제가 참여한 영화들이 흥행이 안 돼 더는 안 하겠다고 했는데 어느 순간 관객 1000만명이 넘는 영화들이 여럿 생겼네요. "

    영화음악은 혼자 작업하는 것과 다르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꾸고 저렇게 바꾸고….그러나 그는 "그게 재미있다"고 한다. 비주얼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게 즐겁다는 것.문제는 시간이 없는데 자꾸 바꾸자고 할 때.그래도 그는 마음씨 좋은 아저씨처럼 웃는다.

    "처음에는 관객 반응을 별로 생각하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쪽으로 했죠.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요. 관객이 돈을 내고 두 시간 동안 보는데 영화를 완벽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 하지 않겠어요? 몇 마디 멜로디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게 해줘야 합니다. 영화에서 음악을 쓸 수 있는 시간은 짧지만 의미는 큽니다. 영화는 한 번 보는 것이지만 음악은 계속 듣는 거잖아요. "

    얘기 도중에 그가 '기타바'를 갖고 왔다. "기타를 오래 치다 보니까 몸에 무리가 많이 갑니다. 나이가 들수록 다른 일로 바빠서 연습할 시간도 줄어들죠.항상 갖고 다니면서 아무 때나 연습할 수 있는 악기가 없을까 생각하다 기타바를 만들게 됐죠.소리가 작으니까 연습하기도 편하고 잭을 꽂으면 스피커도 사용할 수 있어요. "

    그는 통 없는 기타바를 혼자 개발했다고 했다. 제법 묵직하다. 소리는 작지만 울림은 그대로다. 가벼운 나무는 쉽게 휘어지고 안정감이 없어 무거운 나무를 쓴다고 했다. 몸체에 덧댄 재질은 단풍나무다. "외국에도 비슷한 게 있고 국내에도 통 없는 기타는 있습니다. 제가 만든 게 디자인이나 완성도가 높다고 자평하지요. 4년 동안 실패를 거듭해 가면서 만들었습니다. 기타 뒤쪽에 줄을 달아서 만든 것도 있어요. 기타 두 대를 갖고 다니기 힘들어서 만들었죠.수요는 얼마나 될까요? 비즈니스 감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개발한 것 자체가 행복이죠.좋아하는 사람이 몇 명만 있어도 괜찮습니다. 수량을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

    그는 '많은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교육'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타를 좋아하고 배우고 싶어하지만 쉽게 배울 기회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을 도와줄 방법을 찾게 됐다는 것.

    "1주일에 한 번씩 마스터 클래스를 열고 싶습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지방에서 올라와 같이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복지법인 한국근육병재단과 함께 20여년째 해마다 자선공연을 하고 있는데 음악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진로를 카운슬링해주는 프로그램도 만들고 있어요. 마스터 클래스에 관해 많은 이메일이 옵니다. 이제 나 군대 가는데 어떻게 하나,음악 하고 싶은데 막막하다 등.이런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장소도 양재동에 얻었고 카운슬링해주는 분도 확보했고,내년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그는 무릎이 불편하다. "고1 때 휴학하고 무릎 수술을 받았는데 안 하면 다리를 못 굽힌다고 해서요. 그런데 수술 후 못 굽히게 됐어요. 그때부터 허무주의가 생겼죠.지식도 불완전한 것이고….고등학교를 4년 다녔죠.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그때 음악을 듣고 위로를 받았지요. 어떤 삶이든 장애가 있고 누구에게나 상처가 있죠.혼자서는 잘 할 수 없어 누군가를 돌보고 사는 게 인생 아닌가,그런 생각을 하다가 봉사활동을 하게 됐죠."

    다리가 불편한데도 이렇게 표정이 밝은 이유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제가 개척정신은 없지만 받아들이는 건 잘해요. 뭐든지 물 흐르듯이 받아들이죠.잘 웃는 편이에요. 세상 일이 재미있잖아요. 심각할 때조차도 저는 웃음이 나와요. "

    만난 사람=고두현 문화부장 kdh@hankyung.com


    ◆ 80년대 최고 듀오 '어떤 날'의 대표곡 첫 라이브 연주

    3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왕의 남자' 등 영화음악도

    "'어떤 날'의 음악을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은 처음이에요. 그동안 많은 팬들이 이 연주를 기다린다는 것을 알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는데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하기로 다짐했죠.'어떤 날' 팬들은 꼭 함께해 주세요. 오랜만의 연주에 동지들이 있어야지요. 이번 공연을 위해 준비를 많이 했으니 기대해 주세요. "

    1980년대 '음악 좀 들었다'는 이들에게 이병우와 조동익 듀오 '어떤 날'은 숭배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두 장의 앨범만 발표한 뒤 더 이상 활동하지 않았고 이후 팬들은 '어떤 날'을 라이브로 들을 수 없었다.

    오는 31일 오후 7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이병우 기타 콘서트'에서 이들의 앨범에 담긴 곡들을 라이브로 처음 들을 수 있다.

    클래식 기타의 거장으로 불리는 이병우씨는 이번 콘서트에서 '오후만 있던 일요일' '하루' 등 추억의 음악들을 새롭게 편곡해 들려줄 계획이다. 또 클래식 기타 마니아들을 위해 브라질 최고의 작곡가 빌라 로 보스의 기타 협주곡을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색다른 레퍼토리는 영화음악이다. 영화 '왕의 남자' '괴물' '마더' '해운대' 등 스무 편이 넘는 작업으로 한국 영화음악의 지평을 넓힌 그는 칸영화제에서 '고요 속에 격정을 숨겨 놓은 듯한 이병우의 음악이 영화의 스토리를 한층 높였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까지는 영화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하는 것에 중점을 뒀지만 올해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화 속의 주요 장면들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보일 예정이다. 그가 영화의 테마 음악을 연주하는 순간 청중의 눈과 귀는 필름 속의 명장면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대극장 공연이 벌써 10주년을 맞이했네요. 제가 한 해 동안 기타와 함께 작업한 모든 음악들을 모아서 보여주는 자리이니 만큼 특별한 무대가 될 것입니다. 10월의 마지막 밤,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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