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매출은 국내만 1조1000억원,중국 쓰촨 공장까지 합치면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영업이익도 목표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

15일 충청북도 단양군 소백산에서 만난 문성환 휴비스 사장은 자신에 찬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문 사장은 내달 1일 회사 출범 10주년을 맞아 250여명의 직원들과 함께 소백산 산행에 나섰다. 그는 정상을 향해 걸으며 "취임 후 1년이 지난 2007년 매출 1조5000억원,경상이익률 6% 달성을 목표로 한 '비전 2012'를 발표했을 땐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지만 모두가 힘을 모은 덕에 당초 계획했던 기간보다 빨리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예정보다 한 해 앞당겨 내년 이맘 때엔 새로운 '비전 2017'을 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합작 기업의 모범사례

휴비스는 2000년 SK케미칼과 삼양사가 각각 섬유 부문을 따로 떼어내 50 대 50으로 합작한 화학섬유 전문기업이다. 폴리에스터 생산 규모로는 국내에선 최대,세계에서도 중국 기업에 이어 3위권이다. 10년 동안 잡음없이 공동 경영을 실천해 모범 합작 사례로 꼽힌다.

세계적인 화섬업체로 성장한 휴비스의 태동은 섬유업계의 불황이 배경이 됐다. 1990년대 말은 국내에서 화섬업체들이 10개 이상 난립하며 기업들마다 적자에 시달렸고,새한 고합 등 대기업들마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로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모태인 SK케미칼과 삼양사도 각각 연간 700억원에 육박하는 적자 속에 주력사업 유지라는 명분보다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이익 창출로 방향을 틀었고,논의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인 2000년 11월 휴비스가 탄생했다. 각사 임직원들을 대부분 고용 승계하며 구조조정에 따른 노사 분쟁의 여지를 없애 '아름다운 동행'의 기초를 닦았다.

첫해 SK와 삼양사가 초대 사장과 부사장을 맡은 데 이어 2006년엔 서로 자리를 바꿔 삼양사 출신인 문 사장이 2대 사장으로 취임해 지금까지 휴비스를 이끌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초기엔 인사,회계,재무 등 주요 부서에 인력을 각각 절반씩 배치했지만 이젠 그 비율이 무의미할 만큼 출신 회사의 개념이 사라졌다"며 "삼양사의 생산공장이었던 전주공장에 부산 연고의 SK케미칼 출신이 공장장을 맡고,울산공장엔 전주가 고향인 삼양사 출신이 공장장을 역임할 정도"라고 전했다.

◆전국 8도 막걸리 합수식 가져

문 사장과 전주 · 울산 공장 및 대전 연구소에서 모인 250여명의 임직원들은 이날 비로봉 정상에 도착해선 전국 8도의 막걸리를 모아 함께 마시는 합수식을 갖고 화합의 의미를 다졌다. 이 행사를 위해 서울과 전주,울산,대전에서 각지의 특산 막걸리 50병을 준비했다.

문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막걸리를 한 잔씩 권하며 "각각 다른 맛을 내는 전국의 막걸리가 서로 모아져 이같이 맛있는 막걸리로 다시 태어난 것처럼 우리도 지난 10년 동안 잘해 온 것과 같이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10년을 준비하자"고 건배를 제의했다. 임직원들은 해발 1439m의 정상에서 '건강하자! 발전하자! 영원하자!'라는 구호를 함께 외친 뒤 천동매표소로 내려갔다. 6시간에 걸친 11.9㎞에 이르는 긴 코스였다.

◆세계 최고의 섬유업체가 목표

휴비스의 목표는 세계 최고의 섬유업체다. 섬유의 무게 중심이 천연섬유에서 화학섬유로 넘어오며 섬유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게 문 사장의 생각이다. 문 사장은 "오늘 제가 입고 온 속옷도 흡한속건(땀을 잘 흡수하고 빨리 건조되게 하는 성질) 기능을 지닌 폴리에스터 제품"이라며 "국내에서 섬유를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섬유의 미래는 밝다"고 강조했다. 그는 "듀폰은 이제 섬유업체가 아니라 화학업체"라며 "미국과 유럽,일본에서 대부분 화섬업체가 문을 닫은 지금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할 기업은 휴비스"라고 자신했다.

휴비스는 올해 섭씨 4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녹지 않는 슈퍼섬유인 메타아라미드를 개발한 것은 물론 남아공 월드컵 선수단의 유니폼으로 제공된 페트병 재활용 섬유,옥수수를 원료로 한 친환경 섬유 등 차별화된 신소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접착용 소재 '로멜팅 화이버'는 전 세계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며 세계 80여개국으로 수출 중이다.

소백산=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