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증 잘내는 일본 소비자들에게는 순(旬) 전략으로 접근하라."

삼성 사장단은 13일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유통시장에 대해 공부하는 기회를 가졌다. 강사는 일본 유통기업들의 흥망성쇠를 다룬 '이기는 기업(한경BP · 사진)'의 저자인 최상철 교수.

최 교수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 기업들도 두 손 든 일본시장의 공략 포인트를 '순'으로 제시했다. 순은 일본 요리에서 언급되는 개념으로 제철 해산물과 농산물로 요리할 때 가장 좋은 맛을 내며 상품가치가 높다는 뜻이다.

이는 요리뿐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최적의 타이밍에 공급하는 유통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패션업체인 H&M과 포에버21이 대표적인 성공 모델이다.

스웨덴 업체인 H&M은 디자인에 착수한 지 3주 만에 상품을 점포에 진열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빠르게 변화하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또 일본 내 점포도 세분화했다. 지역별로 직장여성,젊은이,어린이 전용매장을 만든 것. 그 결과 유니클로로 유명한 패스트리테일링의 두 배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미국 패션 브랜드 포에버21은 2000여개의 협력업체로부터 제품을 조달해 일본 내 한 점포에서만 5만~6만 가지의 제품을 진열하는 전략을 폈다. 다양한 요구에 맞추기 위한 것이다. 또 미국에서 매일 상품을 공수해 직접 점포에 공급함으로써 일본 소비자들이 미국의 첨단 패션을 맛볼 수 있도록 한 것도 성공비결이었다.

최 교수는 '100엔숍'의 대명사 다이소로부터 고객의 작은 소리와 몸짓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이소의 창업자인 야노 히로타케는 노점상 시절 물건을 사러 온 주부의 대화를 듣게 된다.

한 주부가 "싸구려 상품은 사봐야 금방 다시 사야 해. 그래서 돈이 더 들어"라고 말하자 물건을 사려던 다른 고객이 이에 동의하며 물건을 놓고 나가는 것을 목격한다. 그는 "싸구려라고 욕먹지 않을 상품을 사다가 팔자.그래도 안 팔리면 장사를 그만두면 될 것 아닌가"라며 매입 원가한도를 70엔에서 100엔으로 올려버린다. 때로는 100엔에 사서 100엔에 팔기도 했다.

이 전략은 적중했다. 다이소 제품의 품질에 소비자들이 만족을 느끼자 더 많은 물건이 팔리고 이는 제조자들과의 협상력을 제공해 가격을 더 낮출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정책은 다이소를 성공으로 이끈 비결이 됐다.

최 교수는 "지금은 소비자가 유통채널의 주역이고 영업현장에서 고객의 작은 소리와 몸짓에도 민감하게 대응하는 겸허한 자세를 갖춰야 기업이 생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