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이용자들 사이에서 한때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게임 중에 '위룰(We Rule)'이 있다. 게이머가 성주가 돼 농작물을 재배하고 방직공장 빵공장 푸줏간 등을 운영해 포인트를 쌓고 레벨을 높여가는 게임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친구들을 끌어들여 공장에서 일하게 하고 남의 공장에 가서 일을 하면 좀 더 빨리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일종의 소셜게임이다.

이 게임을 개발한 엔지모코라는 두살배기 신생 기업이 대박을 터뜨렸다. '모바게타운'으로 유명한 일본 게임회사 디엔에이(DeNA)가 지난 12일 엔지모코를 4억달러(약 4500억원)에 인수했다. 엔지모코는 설립된 지 2년3개월밖에 안 됐고 직원이 130명에 불과한 신생 기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아이폰 · 아이패드용 게임 '위룰'로 널리 알려졌다.

디엔에이의 엔지모코 인수는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 선순환 구도를 보여주는 사례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엔지모코는 2008년 7월 미국 게임회사 EA의 간부인 닐 영이 동료 3명과 함께 창업한 기업이다. 영은 11년 월급쟁이 생활을 청산하고 엔지모코를 설립한 지 2년 만에 수백억원대의 돈방석에 앉았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런 대박이 가능하기에 인재와 자금이 몰린다.

엔지모코에 맨먼저 투자한 벤처캐피털은 클라이너퍼킨스다. 클라이너는 애플이 아이폰 두 번째 모델을 론칭하고 앱스토어를 오픈한 2008년 6월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1억달러의 '아이펀드(iFund)'를 조성했고 엔지모코에 1000만달러가량을 투자했다. 클라이너는 엔지모코가 팔림에 따라 투자금의 7배인 7500만달러 정도를 거둬들이게 됐다.

아이펀드는 엔지모코 외에도 아이폰용 앱을 개발하는 14개 벤처기업에 투자했다. 엔지모코에서 원금의 7배를 회수한다면 클라이너는 좀 더 느긋하게 벤처의 성공을 기다릴 수 있다. 엔지모코는 연내에 안드로이드폰용 소셜게임도 내놓을 예정이다. 구글 자회사인 구글벤처스도 최근 엔지모코에 투자했다.

디엔에이의 엔지모코 인수는 일본 모바일게임 회사의 글로벌 시장 공략이란 점에서도 주목을 끈다. 디엔에이는 아이폰이 나오기 전부터 일본 시장에서 '모바게타운'이라는 플랫폼으로 모바일게임 서비스를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엔지모코도 '플러스(+)'라는 모바일게임 플랫폼을 가지고 있고 이 플랫폼을 활용해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휴대용 게임기를 대체하면서 모바일게임이 뜨고 있고 게임 서비스를 위한 모바일 플랫폼이 필요해졌다. 디엔에이는 모바게타운과 플러스를 결합함으로써 거대한 모바일게임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엔지모코는 이미 '오픈모바게'라는 개발자용 사이트를 오픈했다. 디엔에이의 매출은 지난해 5억7000만달러에서 올해는 1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모바일게임 회사들도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컴투스의 '슬라이스잇'은 미국 앱스토어에서 유료 앱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과도한 규제로 앱스토어에 게임을 제대로 올리지도 못하고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왜 그런 게임회사를 만들지 못하느냐'고 물으면 복장이 터진다"며 "낙후된 법제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