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의 집무실 한쪽 벽은 온통 자사 상품들로 가득 차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는 화장품 '리앤케이' 60여종이 자리잡고 있고 그 옆으로 웅진코웨이의 '5대 상품군'인 음식물처리기와 공기청정기 정수기 비데 연수기가 나란히 있다. 주력 제품인 비데와 정수기는 가장 구석에 위치해 있다. 출시 한 달 된 제품이 맏형들을 가운데 자리에서 밀어낸 것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에 나서는 홍 사장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14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웅진코웨이의 향후 10년간 먹을거리 메뉴가 확정됐다"며 "기존 생활가전 외에 2015년까지 신사업인 화장품과 수처리 부문 매출을 1조원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웅진코웨이는 공식적으로 2014년까지 화장품 부문에서 2000억원,수처리 부문에서는 2012년까지 2400억원을 매출 목표로 밝혀왔지만,홍 사장은 내심 더 이른 시간 안에 이들 사업군을 회사의 미래 성장엔진으로 굳힐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는 생활가전 부문에서 성장동력이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주변 우려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동안 주춤하던 고객 수가 다시 증가하고 있고 새로 출시한 가전제품도 매출 기여도가 높다"며 "코디(웅진코웨이 방문판매 제도)를 국내외 기업들의 방문판매 아이템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활용해 성장성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웅진코웨이의 영업이익률이 크게 개선된 반면 매출증가율은 주춤하는 추세입니다. 이 때문에 성장성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취임 후 4년간 이익률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게 사실입니다. 웅진코웨이는 짧은 기간 고속성장한 데다 제대로 된 경쟁자가 없다 보니 외형 증가를 프로세스가 따라가지 못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부품 원가를 하나하나 처음부터 따져보는 등 기본을 다지는 데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생활가전 분야 성장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2008년 새로 늘어난 고객이 11만명으로 설립 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에는 26만명으로 다시 늘었지요. 올해도 지금까지 추이로 볼 때 26만8000명 순증이라는 목표는 무난하게 달성할 겁니다. 정수기 보급률이 30.0%,비데 보급률 12.1%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추가 성장 여지는 남아있습니다. 다만 마케팅 방식은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개별 고객의 각별한 니즈를 쫓는 마케팅에 치중할 겁니다. "

▼최근 들어 반신욕기,주서 등 타기업 생산 가전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잇따라 출시하고 있습니다.

"5대 상품군 외에 방문판매 채널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가전 제품은 모두 검토하고 있습니다. 일반 가전제품과 달리 방문판매를 통해 효용과 사용방식을 설명해야 하고 주기적인 애프터서비스가 병행돼야 하는 상품군이 대상입니다. 우리가 가진 핵심 경쟁력은 1만2600여명에 달하는 코디 네트워크입니다. 두 달에 한 번씩 국내 500만세대를 방문합니다. 한국에서는 웅진코웨이만 가능합니다. 지금도 이 때문에 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코디 네트워크의 제휴를 제안해 옵니다.

모 통신업체는 가정용 PC의 바이러스 때문에 트래픽이 느려지고 있다며 코디를 통해서 백신을 보급해줄 수 있는지를 제안하기도 했지요. 이미 웅진코웨이와 외국 기업과의 제휴서비스인 '페이프리'를 통해 30여개 업체와 손잡고 있습니다. 고객들도 통합 서비스를 통해 이득을 얻게 됩니다. 코디 네트워크는 단순히 웅진코웨이 제품을 판매하는 데서 벗어나 다양한 기업의 생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것입니다. "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면서 코디와는 별도의 화장품 영업인력인 뷰티플래너를 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의외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당장 코디가 화장품까지 팔면 고객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습니다. 생활가전 방문판매와 화장품 사업과의 연계는 내년 초부터 시작할 방침입니다. 리앤케이 샘플을 제공하고 관심있는 고객들에게는 카탈로그를 전해주거나 뷰티플래너를 소개시켜주는 식으로 시작할 것입니다. 화장품 사업은 앞으로 웅진코웨이의 주축이 될 겁니다. 이달 중 25개의 대리점을 만들고 내년 1월에는 남성제품,2월에는 미백제품을 내놓는 등 제품군을 계속 확대할 겁니다. 내년에는 품목도 200개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일단 최근 한 달간 성적은 기대 이상입니다. 2012년부터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내심 내년 중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

▼향후 웅진코웨이의 해외사업 계획은 어떤가요.

"해외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정수기나 비데의 보급률 자체가 지나치게 낮다는 점입니다. 국가별 상품 점유율 정보를 서비스해주는 GfK데이터에 정수기 항목이 아예 없을 정도니까요. 1위를 차지하는 것보다는 파이를 키우는 게 우선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생활가전 기업들이 시장에 들어와야 합니다. 다행스럽게 보쉬 앤드 지멘스,GE,월풀,콜러,로즈 등이 정수기 공기청정기 시장에 잇따라 진입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자체 브랜드 외에도 이들 업체에 OEM으로 제품을 공급하면서 시장을 다질 것입니다. 시장이 커지면 웅진코웨이 브랜드를 적극 부각시킬 방침입니다. 해외 시장 진출은 공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해외영업 전문가인 함성헌 LG전자 상무를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이 때문이죠.올해 미국과 유럽에 현지 사무소를 낸 데 이어 중동에도 사무소 설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해외 영업인력을 확대해 아프리카,중남미까지 시장을 넓힐 계획입니다. "

▼수처리 사업 부문 확대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수처리는 단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만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선 수처리 전문 기업 인수 · 합병(M&A)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고 외형을 확대할 겁니다. 중국 업체 M&A를 추진하다가 최근 중단했습니다. 국내 업체 한 곳과 해외 업체 한 곳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글로벌 5대 수처리 기업 중 한 곳과 포괄적 MOU를 조만간 체결합니다. 수처리는 국내에 민간 시장이 협소해 해외 진출이 불가피합니다. 물 사업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필요한 사업이며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15% 내외인 생활가전이나 화장품보다 조금 낮은 10%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