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서 살아 있다는 희열을 느낍니다. "

전날 밤 늦게 전북 순창에서 올라왔다는 하현영 하영그린 대표(48)는 12일 오전 서울 개포동 사무실에서 "사장으로 사는 법을 '제대로' 배우고 돌아왔다"며 "매출액 1000억원대 기업으로 키울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조경전문업체인 하영그린은 직원 3명으로 지난해 매출 80억원을 달성했다. 하영그린은 순창 '천년의 정원' 같은 지역자치단체의 조경 디자인이나 삼척 세계동굴 엑스포 등 조경공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전국의 조경공사 시장 규모는 약 6조5000억원에 달한다. 하영그린이 맡은 프로젝트는 하 대표가 직접 조경디자인 컨셉트를 잡고 공사에 나선다. 리모델링을 마치고 13일 개장하는 순창 '천년의 정원'도 하 대표의 작품이다. 그는 순창의 상징인 고추나무를 직접 설계했고,군민으로부터 기증받은 항아리 1000여개로 디자인했다. 하 대표는 "현장에 나가면 설계도가 없어도 누구보다 정확하게 꽃을 심을 수 있다"며 "항상 작업 인부들과 함께 공사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1998년 작은 꽃가게를 연 하 대표는 당시 틈새시장이었던 조경 인테리어에 눈을 돌렸다. 그는 "남편 몰래 연 꽃가게가 대박을 터뜨렸지만 지속적인 매출 신장에는 한계를 느꼈다"며 "당시 초기 단계였던 조경 인테리어에서만큼은 1등이 되겠다는 각오로 덤볐다"고 말했다.

하영그린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청와대 꽃조형물 현상공모에서 최우수상을 타면서부터다. 이름 없는 작은 업체가 우승을 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고졸 출신인 하 대표는 "열 번의 도전 만에 얻어낸 결과였다"며 "학벌 등과 상관없이 오롯이 실적만으로 평가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부터 하영그린에 발주물량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 대표는 "자고 나니 벼락스타가 됐다"며 "2000년대 중반에는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고비가 찾아왔다. 혼자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해선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낀 것.하 대표는 2007년 과감히 잘나가던 회사를 잠시 접고 주택 전문지인 '현대주택'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는 "한 조직의 대표로 일하면서 사장으로 사는 법을 배우고 돌아왔다"며 "지난 2년여간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았다"고 말했다.

재도약을 위한 준비가 끝났다고 자신하는 하 대표는 최근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의 목표는 한국 조경의 미를 전 세계에 알리는 세계 최고의 친환경 디자이너가 되는 것.하 대표는 "해외 조경시장도 규모가 35조원에 달한다"며 "이제는 해외 시장으로 나가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유독 조경재테크를 강조한다. 하 대표는 "본인 소유 땅이 있거나 금전적으로 여유로운 분들은 토지를 매입해 무조건 소나무나 인기 있는 조경수를 심으라"고 권한다. 그는 "향후 조경 관련 사업아이템은 무궁무진할 것"이라며 "이달 들어 전국의 지자체 축제가 봇물을 이루면서 국화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동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녹색'을 제공하는 것은 생활의 활력소를 주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