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생활필수품의 국내외 가격차를 조사해 해외보다 비싸게 팔리는 품목은 별도 대책을 세워 가격 인하를 유도할 방침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생필품 가격을 조사해 국제시세보다 높을 경우 인하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12일 국무회의에서 "서민들이 생활하는 데 필수적인 품목들을 국제시세보다 비싸게 살 이유가 없다"며 "품목 하나하나 조사해 국제시세보다 비싸다면 대책을 세워 수급을 조정해 가격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생활물가 항목 52가지에 대해 품목별로 가격이 어떻게 되고 수급상황은 어떤지 분석해 기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당부하며 "배추처럼 파동이 나서야 대책을 세우고 긴급조치로 수입하지 말고 미리미리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생필품을 중심으로 30개 품목을 선정,국내외 가격차 조사를 벌인 뒤 이르면 오는 11월 말께 공개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가격 차이는 물론 국내 가격이 왜 더 비싼지에 대한 이유도 분석해 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사대상 품목은 맥주와 생수 우유 오렌지주스 스낵류 등 10개 식품류와 TV 게임기 넷북 카메라 아이폰 등 디지털공산품,콘택트렌즈 종합비타민제 혈압계를 비롯한 보건용품 등 30개다. 조사는 공정위 산하 한국소비자원이 맡는다. 소비자원 소속 조사원 12명은 이달까지 주요 선진 10개국을 직접 돌며 대형 판매점에서 판매되는 가격을 일일이 조사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 가격이 국제 평균 가격보다 비싼 품목은 주로 관세 부과 때문이거나 수입 품목일 경우 해외 본사가 한국 지사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적정 수준 이상의 유통 마진이 얹혀지기 때문"이라며 "관세는 세제당국에 조정을 요청하고 과도한 유통마진은 해당 업체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관세는 국가 간 협상의 문제이고 수입품목 유통마진도 외국 사업자의 경우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시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통계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정부 물가지수가 체감물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통계청의 소비자 물가지수와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소매가격 변동 추이를 비교한 결과 배추값의 지수 간 격차가 매우 크게 나타나는 등 통계 불일치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배추값 통계 불일치는 정책수립 과정에서 실제 소매가격 변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통계청 소비자물가 지수가 좀 더 신뢰성 있게 변동상황을 반영했다면 배추대란은 예방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용구 자유선진당 의원도 "미국 영국 일본은 2~3년에 한 번씩 소비자물가 품목 가중치를 재조정하는데 우리나라는 5년 단위로 품목 가중치를 산정해 소비자 물가와 체감물가 간 괴리를 확대시키고 있다"며 가중치 산정 기준연도 단축 등을 개선대책으로 제안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