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국엔 원조보다 自立 노하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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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아버지' 찬다리아 콤크래프트그룹 회장
"빈곤국에 대한 맹목적인 원조는 그 나라 젊은이들에게 욕심의 씨앗을 심어줄 뿐입니다. 창의적인 생각과 성실함을 통해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방법을 전수해주는 것이 중요하죠."
마누 찬다리아 콤크래프트 회장(81 · 사진)은 12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케냐는 1인당 국민소득이 911달러(약 100만원)로 선진국들의 지원이 절실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낡은 철도 보수와 항구,발전소 개량도 필요하지만 가장 절실한 것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제조업,농업 분야의 기술 및 노하우 습득"이라고 강조했다.
찬다리아 회장이 경영하는 콤크래프트그룹은 전 세계 45개국에서 철강,알루미늄,소프트웨어,전자제품 등 25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4조5000억원, 자산가치는 23조원에 이른다.
1916년 인도에서 케냐로 이주한 부모 밑에서 자란 그는 아프리카의 빈곤층을 돕기 위해 1952년 설립한 '찬다리아 재단'도 이끌고 있다. 찬다리아 회장은 2003년 케냐의 므와이 키바키 대통령으로부터 시민 봉사활동가가 받을 수 있는 가장 명예로운 상인 EBS 훈장을 수상했다. 2003년과 2006년에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훈장과 기사 작위를 각각 받았으며 '아프리카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아프리카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다. 그는 11~13일 열리는 '지구촌 지도자 평화 회의'(GPLC) 참석차 방한했다.
찬다리아 회장은 "어릴적 인종 차별과 가난 등을 경험하며 자랐다"며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선사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케냐가 독립하기 전 나이로비 교외의 부촌인 '무타이가'와 인근 해변은 유럽인들 외에는 출입이 철저히 금지됐습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인들은 배를 타고 나가야만 수영할 수 있었죠.그때 반드시 성공해 차별과 가난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결심했습니다. "
식료품점을 운영하던 찬다리아 회장의 아버지는 칼루웍스라는 알루미늄 공장을 인수해 제조업에 뛰어들었고,미국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한 뒤 귀국한 찬다리아가 사업을 이어받아 오늘날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1977년 이후 두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는 찬다리아 회장은 "30년 동안 한국의 발전은 한마디로 기적"이라고 감탄했다. 그는 "케냐처럼 식민지 지배를 당했던 한국은 가난을 훌륭히 극복했다"며 "한국의 성공사례는 케냐를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들에 중요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새마을운동과 자동차,IT산업 등을 거쳐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여는 선진국으로 거듭났다"며 "케냐도 한국처럼 교육열이 높기 때문에 인재를 활용한 '한국형 개발모델'을 적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아프리카경제인연합회 초대 회장,케냐 민간경제연합 회장 등으로도 활동 중인 찬다리아 회장은 지금도 하루 16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 그에게 성공 비결을 묻자 "일거리가 없는 동안에는 어려움도 없다"고 대답했다. "어려움이 왔을 때가 곧 기회이므로 그것을 잡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는 결코 성장할 수 없다는 걸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요. "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