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위험이 없는데도 D등급을 받아 신뢰도 추락으로 인한 무형 손실이 막대합니다. "(대선건설 관계자)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금융권의 신용위험도평가가 논란을 빚고 있다. 퇴출 대상인 D등급을 받은 대선건설이 4개월 만에 부채 전액을 상환하고 정상화하면서 평가제도 자체를 의심하게 만들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평가기준을 시급하게 현실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1일 하나은행과 대선건설에 따르면 대선건설은 최근 주채권은행이던 하나은행을 비롯해 신한은행 등 금융권으로부터 빌렸던 차입금 958억원을 지난 8일 모두 상환했다.

대선건설은 경영 정상화와 함께 중국에서 추진 중인 아파트 공사 등 사업 규모가 팽창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이달 1일 증자까지 실시했다.

대선건설은 하나은행으로부터 지난 6월25일 '퇴출(D등급)' 판정을 받았다. 958억원에 이르는 여신과 영업이익에 비해 손실 규모가 크다는 게 이유였다. 대선건설은 "오너(신준호 회장) 예금을 담보로 빌린 돈이어서 상환에 문제가 없는 데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나 지급보증은 물론 대출금 연체 사실도 없어 부도 위험이 전혀 없는 회사"라고 강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선건설 사례를 계기로 금융사들의 획일적인 신용위험평가 기법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판정 적정성은 물론 기업 평가에 따른 후유증이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대선건설 관계자는 "매달 6~7건씩 팔려 나가던 강원도 영월의 미분양 아파트 사업장이 퇴출 판정 이후 1~2건으로 줄어들고 계약자들까지 해지를 요구해 몸살을 앓았다"고 전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대선건설 정상화는 결국 금융사들의 부실 평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모든 법과 기준이 형식과 실질적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금융권의 기준이 지나치게 기계적인 잣대를 들이댄 것이 아닌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양용승 하나은행 부행장(기업금융총괄)은 "올 상반기 신용평가 당시 부채비율이 워낙 높아 정해진 기준에 따라 D등급으로 판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선건설은 주채권은행이었던 하나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은행들은 B등급을 매겼던 만큼 금융당국에서 기업평가 기준 적정성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예금담보 차입이었지만 매출 13억원의 회사가 900억원의 빚을 지고 매년 7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내는데 정상적인 회사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이번 상환으로 논란이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정선/이호기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