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상전 아닌 시장…中企, R&D로 뚫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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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기업 오너 출신 박도봉 동양강철그룹 회장
외형 10배 큰 원청업체 인수…국내 최대 알루미늄社 수장 변신
"발품팔고 좋은 제품 만들어 당당히 '써보시오' 해야 진짜 상생"
외형 10배 큰 원청업체 인수…국내 최대 알루미늄社 수장 변신
"발품팔고 좋은 제품 만들어 당당히 '써보시오' 해야 진짜 상생"
국내 최대 알루미늄 기업인 동양강철그룹의 박도봉 회장(50 · 사진).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이 화두인 요즘,박 회장의 이력을 보면 그의 상생론은 남다른 설득력을 지닌다. 박 회장은 동양강철의 금형 · 열처리 협력업체였던 케이피티를 운영하다 2002년 법정관리 중이던 동양강철을 인수했다. 매출 150억원짜리 중소기업 대표가 외형이 10배 이상 큰 원청업체이자 국내 최대 알루미늄 압출 업체의 주인이 됐으니,'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의 '대형 사고'를 친 셈이다. 박 회장은 이후 옛 현대그룹 계열의 현대알루미늄 등도 추가로 사들여 동양강철과 케이피티 등을 포함,5개 계열사에서 8000억여원의 매출을 올리는 국내 리딩 알루미늄 그룹을 이끌고 있다.
◆힘의 원천은 R&D
자신의 커리어상 그 누구보다도 '원 · 하청' 기업의 생리를 두루 꿰고 있는 그에게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모셔야 할 '상전'이 아니라 개척해야 할 '시장'으로 존재한다. "최근 상생 이슈를 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70% 정도는 스스로 'R&D(연구 · 개발) 주권'은 포기한 채 대기업이 시키는 대로 만들어 납품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대기업이 개발해 놓은 것을 받아 먹으려고만 들고 또 다른 사람이 개발한 것에 무임승차 하려니 '빽'이 중요해지는 거죠.내가 발품을 팔고 R&D 투자해서 품질 좋고 가격 싼 제품을 만들어 '내것 한번 써보시오' 할 때 대기업으로부터 인정받고 진짜 상생이 되는 것입니다. "
박 회장의 창업 과정과 경영 노하우를 보면 그는 이 같은 일침을 놓을 충분한 자격이 있어 보인다. 대학에서 상업교육과를 나온 그는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에 28세 때인 1987년 '대장간' 수준의 영등포 한 영세 열처리 공장에 견습공으로 취직했다. 당시 그의 사수는 스물세 살 난 작업반장.비록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했지만,1030도의 고온을 온도계도 없이 눈대중으로 정확히 맞힐 정도의 숙련 기술을 갖춘 그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줘가며 기술을 배운 것이 '대졸자 박도봉'의 사회 첫걸음이었다. 그는 1년 뒤 부인과 갓 공고를 졸업한 사원을 합쳐 세 사람으로 창업한 뒤 직원이 15명이 되자 기술연구소부터 차렸다. 회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뒤 그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일본과 유럽의 공장들을 돌아다니며 신기술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는 대학 교수들이 주축인 열처리공학회 부회장을 맡을 정도로 기술에 대한 안목이 있다. 동양강철이 세계 최초로 LCD · LED TV용 알루미늄 소재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노력들 덕이다.
◆알루미늄의 무한 변신
박 회장이 2002년 동양강철을 인수할 당시 가장 눈독을 들이던 업체는 캐나다의 세계적 알루미늄 기업인 알칸(현 리오틴토-알칸)이었다. 알칸은 15억원을 들여 100여명의 실사단까지 보냈으나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당시 동양강철은 '동양 아루샷시'란 알루미늄 창호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건축자재 업체로,건설 경기에 심하게 휘둘리는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박 회장이 이를 타개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R&D에 있다. 그는 제품 영역을 고속철도,LNG선 저장탱크,자동차 등으로 넓혀 갔다. 특히 빅 히트를 한 것은 LCD · LED TV의 내 · 외장용 알루미늄 소재다. 동양강철은 삼성전자와 공동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삼성의 최대 납품원이기도 하다. 올해 가동률이 95%까지 올라가면서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연간 매출의 80% 수준인 1204억원을 기록했다. 내년 2월 가동 예정인 알루미늄 표면처리 설비도 기대를 모은다.
해외 시장도 박 회장의 새로운 도전 대상이다. 베트남 공장이 올해부터 흑자 전환하는 데 고무돼 인도와 라오스 시장 개척도 타진 중이다. 올 11월 일본에 판매 법인을 개설할 예정이다. 또 알루미늄 제련소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윤성민/장창민 기자 smyoon@jankyung.com
◆힘의 원천은 R&D
자신의 커리어상 그 누구보다도 '원 · 하청' 기업의 생리를 두루 꿰고 있는 그에게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모셔야 할 '상전'이 아니라 개척해야 할 '시장'으로 존재한다. "최근 상생 이슈를 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70% 정도는 스스로 'R&D(연구 · 개발) 주권'은 포기한 채 대기업이 시키는 대로 만들어 납품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대기업이 개발해 놓은 것을 받아 먹으려고만 들고 또 다른 사람이 개발한 것에 무임승차 하려니 '빽'이 중요해지는 거죠.내가 발품을 팔고 R&D 투자해서 품질 좋고 가격 싼 제품을 만들어 '내것 한번 써보시오' 할 때 대기업으로부터 인정받고 진짜 상생이 되는 것입니다. "
박 회장의 창업 과정과 경영 노하우를 보면 그는 이 같은 일침을 놓을 충분한 자격이 있어 보인다. 대학에서 상업교육과를 나온 그는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에 28세 때인 1987년 '대장간' 수준의 영등포 한 영세 열처리 공장에 견습공으로 취직했다. 당시 그의 사수는 스물세 살 난 작업반장.비록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했지만,1030도의 고온을 온도계도 없이 눈대중으로 정확히 맞힐 정도의 숙련 기술을 갖춘 그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줘가며 기술을 배운 것이 '대졸자 박도봉'의 사회 첫걸음이었다. 그는 1년 뒤 부인과 갓 공고를 졸업한 사원을 합쳐 세 사람으로 창업한 뒤 직원이 15명이 되자 기술연구소부터 차렸다. 회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뒤 그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일본과 유럽의 공장들을 돌아다니며 신기술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는 대학 교수들이 주축인 열처리공학회 부회장을 맡을 정도로 기술에 대한 안목이 있다. 동양강철이 세계 최초로 LCD · LED TV용 알루미늄 소재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노력들 덕이다.
◆알루미늄의 무한 변신
박 회장이 2002년 동양강철을 인수할 당시 가장 눈독을 들이던 업체는 캐나다의 세계적 알루미늄 기업인 알칸(현 리오틴토-알칸)이었다. 알칸은 15억원을 들여 100여명의 실사단까지 보냈으나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당시 동양강철은 '동양 아루샷시'란 알루미늄 창호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건축자재 업체로,건설 경기에 심하게 휘둘리는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박 회장이 이를 타개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R&D에 있다. 그는 제품 영역을 고속철도,LNG선 저장탱크,자동차 등으로 넓혀 갔다. 특히 빅 히트를 한 것은 LCD · LED TV의 내 · 외장용 알루미늄 소재다. 동양강철은 삼성전자와 공동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삼성의 최대 납품원이기도 하다. 올해 가동률이 95%까지 올라가면서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연간 매출의 80% 수준인 1204억원을 기록했다. 내년 2월 가동 예정인 알루미늄 표면처리 설비도 기대를 모은다.
해외 시장도 박 회장의 새로운 도전 대상이다. 베트남 공장이 올해부터 흑자 전환하는 데 고무돼 인도와 라오스 시장 개척도 타진 중이다. 올 11월 일본에 판매 법인을 개설할 예정이다. 또 알루미늄 제련소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윤성민/장창민 기자 smyoon@j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