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하나 사이인데"…단독주택 재건축·재개발 '희비'
서울 미아동 '북서울 꿈의 숲' 인근 재개발구역인 미아4구역.좌우로 미아9-1구역과 미아4-1구역이 길 하나 사이로 붙어 있다. 낡은 단독주택 밀집지역인 이들 세 구역은 여건은 비슷하지만 사업 방식이 달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재개발 사업구역인 미아4구역과 달리 미아9-1,미아4-1구역은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이주비를 지급하거나 임대주택을 짓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사업 영세한 재개발 역차별

11일 주택건설업계에 따르면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 가시화로 재개발 사업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서울시 국정감사를 통해 이를 쟁점화할 계획이어서 관심을 끌 전망이다.

단독주택 재건축은 노후 단독주택과 다세대 · 다가구 주택을 허물고 새 아파트를 짓는 방식이다. 재개발과 비슷하지만 도로 ·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지역에서 추진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재개발 사업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이주비를 지급하고 총 건립세대 수의 17%를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하지만,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에는 이 같은 의무 조항이 없다.

2003년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방식이 도입된 이후 구역이 지정된 곳은 서울에만 70여곳에 이른다. 이 중 신월4동 양천롯데캐슬 등 4곳이 착공 및 준공 단계다. 사업 시행인가를 받고 관리처분인가 단계에 접어든 곳도 7곳에 이른다. 사업이 이처럼 진척되자 재개발 구역을 중심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아4구역 조합 관계자는 "겉으로 볼 때 두 곳은 거의 차이가 없는 구역인데도 미아4구역만 이주비 지급,임대주택 건립 의무가 있다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재건축에 비해 재개발이 훨씬 낙후한 지역인데다 세입자 수가 많은 상황에서 형평성에 어긋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최근 수익성을 이유로 비대위 등을 중심으로 재개발 사업을 단독주택 재건축으로 변경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어 두 사업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전세난 속 세입자도 불안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세입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재개발에 비해 수익성이 나은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장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이주비도 못 받고 쫓겨날 처지다.

국토해양위의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부산 사상)은 "관리처분인가가 떨어지면 실질적인 멸실 및 이주가 시작돼 요즘 같은 전세난에 세입자들이 더욱 불안에 떨고 있다"며 "이미 11개 재건축구역의 세입자들이 이주보상비 한 푼 못 받고 이사를 간 상황"이라고 전했다.

장 의원은 "세입자들은 자신의 집이 향후 재건축이 될지 재개발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집을 구하지만,법적 근거가 다르다는 이유로 재건축 구역 세입자들에게는 보상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 구역 세입자들도 합당한 이주보상비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관련 입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