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서 지난 주말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 세계은행(WB) 연차총회가 글로벌 환율 전쟁을 막기 위한 구체적 합의 도출에 실패한 채 막을 내렸다. 공동성명을 채택하긴 했지만 환율전쟁을 저지하기 위한 의지를 담은 표현을 넣지 못했고,앞으로 환율 문제에 관한 연구를 촉구한다는 식의 모호한 입장에 그친 것이다. 오는 11월 G20 서울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가 최대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사실 환율문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워낙 민감하게 얽혀 하루아침에 절충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까닭이다. 실제 이번 회의에서도 주요국들은 서로 눈치를 보느라 이를 정면으로 거론하지 못했고,단지 환율방어를 위해 중앙은행이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브라질만 환율전쟁의 부작용을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주요국들 간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더 계속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미국과 일본 등은 통화가치 절하 및 경기회복을 겨냥해 양적 완화 정책을 펼치고, 중국은 위안화 절상을 거부하며 계속 버틸 개연성이 높다. 글로벌 리밸런싱(불균형 해소)을 위한 위안화 절상이 국제적 요구이지만,중국은 그럴 경우 초(超)엔고로 장기불황에 빠져든 일본이나 원고로 외환위기를 겪었던 한국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환율 문제는 다시 G20 서울정상회의로 넘겨지게 됐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환율갈등이 오는 21~23일 경주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심도있게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의장국인 우리나라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강대국들끼리의 이해다툼 조정도 중요하지만 급격하게 유입되는 외화자금으로 인해 신흥국 경제가 크게 교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제2의 플라자 합의 등 난국 돌파를 위한 해법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정부는 남은 기간 주요국들의 이해를 절충하면서 환율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윈-윈 방안을 찾는 데 총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