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호황 1년 만에 끝나나]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5조 벽에서 '주춤'…인텔도 하향 전망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7일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발표에 대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하반기 실적 둔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IT 기업들의 실적은 연말이 끼어 있는 4분기에 가장 좋은 실적을 내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패턴을 보여 왔으나,올해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미국 증권사들은 오는 12일 나올 인텔의 3분기 실적 추정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IT 업계는 북미,유럽 등 선진 시장의 PC와 TV 수요 부진으로 4분기에도 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발광다이오드(LED) 등의 주요 전자 부품 가격 하락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IT기업 성적표 한 분기 만에 급랭

삼성전자와 인텔은 지난 2분기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공교롭게도 한 분기 만에 실적 둔화 우려를 낳고 있다. IT 시장의 간판 제품인 PC와 TV 모두 수요 부진에 빠지는 등 하반기 IT 경기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지난 8월 말 이미 올 3분기 매출 전망치를 종전 112억~120억달러에서 108억~112억달러로 5%가량 낮췄다. 인텔은 "개인 PC시장이 성숙해져 수요가 예상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HP,델,에이서 등 주요 PC업체들은 지난 7~8월 미국 개학시즌 판매량이 6월보다 도리어 15%가량 하락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대만 노트북 제조사들은 3분기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약 7%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가트너도 하반기 세계 PC 판매 증가율을 15%로 하향 조정했다. 기존 전망치보다 2%포인트 낮춘 것으로 올 상반기 24% 증가했던 것에 비하면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것이다.

TV 시장도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다. TV 제조사들은 월드컵이 열린 올해 TV 시장이 최대 40%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지만,상반기 판매량은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 북미 시장은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되레 3% 줄어들었을 정도다. 수요 예측이 빗나가면서 재고량이 늘어나자 LCD 패널업체들은 8월 들어 감산까지 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프리미엄 제품에 사용되는 TV 부품인 LED 가격까지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TV 부품 전반이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저점 지나고 있다"

지난 4일 개최된 '제1회 디스플레이의 날' 행사에 참석한 장원기 삼성전자 LCD사업부장(사장)은 "올 3분기 시황이 매우 어려웠고 4분기도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이 바닥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일본 샤프도 9월까지 LCD 생산을 20~30%가량 감산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PC,TV 수요가 다소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성을 좌우하는 가격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TV 시장은 소니 등 3위권 업체의 반격으로,PC 시장은 태블릿PC와 스마트폰 등 대체상품의 등장으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부품값 하락 압박은 좀처럼 누그러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40~42인치 LCD TV용 패널 가격은 지난 4월 340달러에서 현재 283달러까지 떨어졌고 1Gb(기가비트) DDR3 D램 반도체도 지난 5월 2.72달러까지 올랐으나 지난달 말에는 1.97달러로 내려갔다. 전자업체 관계자는 "예년처럼 성수기에 폭발적인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세트 제품들의 판매 경쟁은 더 치열해져 4분기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며 "통상적으로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에 더 큰 이익을 올리는 계절적 성향이 올해는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