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현행 39.5%인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슈퍼 엔고'의 직격탄을 맞아 경영 환경이 나빠진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투자를 촉진해 경기부양에 나서겠다는 포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간 나오토 총리가 2011년도 회계연도 세제개편안과 관련,"경제 대책의 일환으로 야당과 협의해 법인세율 인하란 결과물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7일 보도했다. 이와 관련,간 총리는 경제산업성에 내년도 세제개편안에서 법인세 인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간 총리는 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2020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3%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혀왔다.

법인세 인하폭은 5%포인트 안팎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오하타 아키히로 경제산업상은 "엔화가 15년 고점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부양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며 "민주당 내부에서도 법인세율을 최소 5%포인트 낮춰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말했다. 우에노 야스나리 미즈호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일본 기업들은 엔화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유동성을 쌓아두고 있기 때문에 법인세율이 인하되면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법인세율 39.5%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26.3%)은 물론 싱가포르(17%)와 한국(24.2%),독일(26%)보다 높다. 주요국 법인세율을 담은 성장전략 보고서를 일본 정부가 공개하자 집권당인 민주당과 기업들 사이에선 현행 39.5%의 법인세율을 우선 5%포인트 낮춘 뒤 향후 26%대까지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등 세계경제 불안이란 근본 원인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법인세율 인하가 기업들의 엔고 타개책이 될 수 없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특히 최근의 추가 금융완화책도 엔고를 저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값이 달러당 82.33엔까지 치솟았다. 1995년 5월29일 이후 약 15년4개월 만에 최고치다. 일본 정부가 지난 5일 4년3개월 만에 제로(0)금리 복귀 등 추가 금융완화 조치를 내놓았으나 엔화 가치는 상승 일로다.

법인세 수입이 경기 상황에 따라 출렁이면서 재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세원 확보도 관심이다. 당장 소비세 인상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 총리는 이날 "야당과 빠른 시일 내 만나 법인세율 인하와 함께 소비세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며 소비세 증세를 또다시 제기했다. 민주당은 정권 출범 이후 사회보장비 등 복지성 예산 수요 증가에 대응해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으로 소비세 등의 증세를 거론해왔다. 그러나 민주당이 소비세를 5%에서 10%로 5%포인트 인상하겠다고 했다가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적이 있어 소비세 인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