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값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공급이 늘고 수요가 줄어들면서 유통업체들이 판매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어서다. 원료인 국제 펄프 시세도 떨어지고 있어 당분간 종이값은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7일 제지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상지 아트지 등 국내 종이가격 할인율이 지난 7월부터 매달 2~3%씩 높아져 지금은 종류별로 23~25% 수준까지 높아졌다. 지난 6월 14~17% 수준이던 할인율이 약 4개월 만에 10%포인트가량 올라간 것이다. 제지업계와 제지 유통업계는 1997년 말부터 고시가격을 정해놓고,여기에 할인율을 적용해 팔고 있다.

백상지 '100평량'(1㎡ 넓이의 종이를 g으로 나타낸 것)은 이날 t당 110만원 수준으로,6월 126만원에 비해 16만원(12.7%)가량 떨어졌다. 또 아트지 100평량도 t당 116만원 선으로 6월(133만원 수준)보다 17만원 정도 내렸다.

제지의 유통 할인율은 올해 초엔 30% 선이었으나 2월 말부터 칠레 지진 등으로 국제펄프 공급량이 급감하자 백상지 품귀 사태까지 빚으면서 축소됐었다. 제지 유통업계 관계자는 "통상 9~10월은 종이 성수기지만 올해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이 전단지 제작 물량을 대폭 줄인 데다 참고서 업계도 EBS 수능방송의 영향으로 제작을 줄이고 있어 백상지와 아트지 재고가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무림P&P의 울산공장 가동을 앞두고 한솔제지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자회사 대리점을 앞세워 공격적인 영업을 하면서 일부에선 할인율이 28%까지 올라갔다"고 지적했다. 한솔제지는 2007년 국내 4위 제지 유통사인 서울지류를 인수해 한솔PNS와 합병시킨 데 이어 지난해 9월 일진페이퍼도 인수했다.

국제 펄프값도 약세다. 원자재 정보업체인 코리아PDS에 따르면 핀란드옵션거래소(FOEX)의 유럽 하드우드 펄프(BHKP)는 7월 t당 920달러까지 급등한 뒤 8월 초부터 내림세를 타기 시작해 지난 5일 870달러까지 떨어졌다. 아시아 펄프가격은 하락세가 더 가파르다. FOEX의 중국 펄프가격은 지난주 7.41달러(0.94%) 내리는 등 3주 연속 떨어지며 지난 5일 778.22달러에 거래됐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펄프 현물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칠레 및 인도네시아산 하드우드 펄프 구매가격이 7월 t당 800달러대에서 이달엔 700달러대로 100달러가량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나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펄프값이 급등한 것은 중국 수요 때문이었으나 지금은 중국의 재고가 지난해보다 6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어 국제 펄프값의 내림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고 덧붙였다.

올 들어 7월까지 중국의 펄프 수입량은 652만t으로 전년 동기의 824만t에 비해 20.8% 감소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