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자동차가 굉음을 내며 터널 안을 지나간다. 이 차는 점차 은색 '알페온'으로 변하며 소리가 잠잠해진다. 광고는 "일본 명차의 고요함조차 만족하지 못하셨다면 이제 알페온을 만나야 할 때"라는 내레이션으로 끝난다. 검은색 자동차에 로고는 없지만 자동차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측면의 곡선형 디자인만 봐도 '렉서스' 제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GM대우는 지난달 준대형 세단 알페온을 출시하면서 BMW 아우디 렉서스와 각각 외관,인테리어,정숙성 등을 비교한 광고를 방영했다.

광고업계에 비교 광고전이 뜨겁다. 비교 광고는 통상 후발 주자가 1등 브랜드와 비교해 자사 브랜드의 우월성을 표현하는 데 사용된다. 최근에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 내에서 경쟁사가 서로 치고 받는 '맞불 광고'가 눈에 띈다. 한상필 한국광고학회장(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은 "비교 광고를 통해 선도 브랜드는 상품의 우수성을 보여줄 수 있고,후발 주자는 상품의 장점을 구체적이고 신속하게 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와이파이존(무료 무선 인터넷존)을 둘러싼 SK텔레콤과 KT의 비교 광고가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지난 8월 모바일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살수차(KT 와이파이존)를 힘겹게 쫓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후 SK텔레콤이 내놓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소개하면서 KT의 와이파이존 확대 전략을 은유적으로 공격했다.

이에 KT는 경쟁사와의 전국 와이파이존 개수를 비교하는 광고를 냈다. 빨간 풍선(KT) 위엔 3만,하얀 풍선(SK텔레콤) 위엔 6000이란 숫자가 뜬다. 통신사당 와이파이존 개수다. 남상일 제일기획 광고6팀 국장은 "각 회사의 와이파이존이 늘어나는 상황을 반영해 숫자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도요타의 '캠리'를 두고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월 '쏘나타 F24 GDi'를 선보이면서 캠리와 비교했다. 쏘나타가 캠리 옆을 지나가자 곁에 서 있던 캠리는 배경 색깔처럼 흐려지고 "어떤 차가 당당할 수 있을까? 쏘나타의 성능 앞에"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비슷한 시기 닛산도 '뉴알티마'를 출시하며 캠리를 공격했다. 뉴알티마는 로고를 가린 흰색 캠리를 추월했고,이어 뉴알티마의 아웃사이드 미러에는 뒤처진 캠리의 모습이 비쳐졌다.

이에 캠리는 지난 7월 "궁금하다 왜 요즘 모든 차들이 자꾸 캠리와 비교하는지,궁금하다 도대체 캠리의 무엇이 경쟁자를 긴장하게 하는지"라는 문구로 대응하는 비교 광고를 냈다.

비교 광고를 할 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회장은 "극단적이거나 근거 없이 비교 광고를 하면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거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11번가를 운영하는 커머스플래닛은 지난해 지하철 광고에서 '옥션에서 헤맸더니 최저가는 여기 있네' 등의 문구를 써서 광고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객관적 근거 없이 자사의 모든 상품이 G마켓과 옥션보다 저렴한 것처럼 광고했고 경쟁사 이미지를 '해골'에 비유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