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큰 조정 없이 상승 랠리를 이어가자 상장사들이 주가 상승을 현금화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오너 일가가 지분을 매각하거나, 회사가 자사주를 처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GS그룹의 관계사로 부동산 임대업과 운송업 등의 사업을 하는 승산은 지난달 장내에서 GS 보유주식 8만9600주 전량을 처분했다. 또 GS 그룹의 오너 일가인 허연호 최대석씨 등도 각각 보유주식 1만4740주와 1090주를 매각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초중순에는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으로 묶여 있는 허두홍 허윤영 허윤홍 허주홍 허진홍 허철홍 허치홍 허태홍씨 등도 보유지분 일부를 줄줄이 정리했다. 처분한 주식 총 수는 37만9142주에 이른다. 이들은 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허 회장 친인척이다.

GS의 오너 일가 등이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은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차익 실현 욕구가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올 초 3만3750원이었던 GS 주가는 증시 상승과 자회사 GS칼텍스의 업황 호조, 지주사의 저평가 매각 부각 등에 힘입어 전일 5만7200원으로 약 70%나 상승했다.

전일 종가를 기준으로 오너 일가와 관계사 최근 한 달 새 처분한 총 주식 48만4572주의 평가액은 277억원에 이른다. 이보다 다소 낮은 가격에 매각한 것을 감안해도 200억원 이상을 현금화 한 것으로 추정된다.

GS그룹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경우 개인적인 이유로 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현금화 된 자금이 어떻게 쓰일 지는 아직까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아연 등 비철금속을 생산하는 고려아연의 최창영 명예회장도 주가가 오르자 보유주식 5000주를 전일 처분했다. 최 명예회장의 보유주식은 19만7748주(지분율 1.05%)로 감소했다.

고려아연 또한 최근 비철금속과 귀금속 가격 상승의 수혜주로 분류되며 증시에서 연일 신고가를 경신중이다. 올 2월 9일 저점(15만7500원)과 비교하면 현재 주가는 85% 가량 오른 상태다.

NHN의 전(前) 사장으로 현재 계열사 NHN비즈니스플랫폼(NBP) 대표를 맡고 있는 최휘영 사장도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 중 일부인 1만5000주를 지난달 말 장내에서 매도했다.

회사가 자사주를 처분, 이를 현금화 하는 움직임도 있다. 녹십자홀딩스는 최근 자사주 50만주를 처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주식이 현재 12만원을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는 것을 감안하면 600억원 가량이 회사에 유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에스엘도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르자 자사주 60만주를 삼성증권을 통해 블록딜(대량매매)로 처분했다. 처분가액은 92억6400만원에 달한다. 이 회사의 김희진 상무와 김정현 이사 등 임직원들도 지난달 지분 일부를 처분한 바 있다.

정의석 신한금융투자 상무는 "오너나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하면 주가가 바닥이라고 흔히들 얘기하는데 반대의 논리도 가능하다"면서 "상관관계가 크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투자자들이 판단하는데 이런 움직임은 좋은 참고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