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이란을 제치고 세계 3위 원유 생산국이라는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의 신뢰성에 대해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5일 AFP통신에 따르면 후사인 알 샤흐리스타니 이라크 석유장관은 "국제 석유기업들의 협조를 얻어 최근 실시한 조사 결과 이라크 내 확인된 석유 매장량이 1431억배럴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에 알려졌던 매장량 1150억배럴에 비해 24% 늘어난 것이다. 그는 "이라크에는 모두 66개의 유전이 있다"며 이 중 71%가 남부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유정 500여개가 있는 남부 지역의 웨스트 쿠르나 유전에는 유전지대로는 전 세계 2위 규모인 총 430억배럴의 원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가 맞다면 이라크는 이란(1361억배럴)을 제치고 사우디아라비아(2667억배럴)와 베네수엘라(1723억배럴)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석유 매장량이 많은 국가가 된다.

하지만 이번 조사의 신뢰성에 대해 일각에선 회의적인 관측도 나온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각국이 경쟁적으로 석유 생산량을 늘려 유가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회원국들에 생산량 기준으로 일정 쿼터를 부여하고 있다. 이라크는 정부 재정수입의 95%를 석유 수출에 의존할 만큼 석유 생산량이 국가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이 때문에 이라크 정부가 수출쿼터 확대를 위해 생산량을 고의적으로 늘린 것이 아니냐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제로 중동 국가들을 비롯한 산유국들이 수출쿼터를 많이 배정받기 위해 저마다 석유 매장량을 부풀리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얘기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