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자산운용이 교보KTB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진자산운용은 지난 1일 교보증권으로부터 시간외 거래를 통해 교보KTB스팩 10.70%(72만6007주)를 인수,지분율이 19.37%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교보KTB스팩의 최대주주는 교보증권에서 유진자산운용으로 변경됐다.

윤영국 유진자산운용 마케팅부장은 "운용 중인 스팩 투자 사모펀드에 편입하기 위해 공모가인 주당 4000원에 사들였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일 종가보다 0.8%(35원) 높은 가격이다.

유진자산운용은 거액자산가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스팩에 투자하는 8개의 사모펀드를 운용 중이다. 사들인 교보KTB스팩은 8개 펀드 중 7개에 나눠 편입됐다. 윤 부장은 "스팩 공모에 참여하고 장내에서 사들이기도 하는데 원하는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 교보증권과 개별 접촉해 인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진자산운용은 펀드 내 스팩을 편입할 수 있게 됐고 교보증권은 공모가에 넘겨 총액인수의 부담을 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6월 이후 히든챔피언 SBI앤솔로몬 등 7개 스팩이 줄줄이 공모 미달된 상황에서 교보KTB스팩을 고른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진자산운용이 5% 이상 대량 보유 중인 스팩은 교보KTB와 동양밸류오션 스팩 둘뿐이다.

우선 교보KTB스팩의 공모가가 발기인 취득가(2000원)의 2배 수준으로 다른 스팩보다 낮아 합병 성공시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매수 배경으로 꼽힌다. 예치율도 높다. 예치율은 공모 후 3년 내 인수 · 합병(M&A)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주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증권금융이나 은행에 공모자금을 맡겨두는 비율이다. 홍현기 동부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예치율이 100%로 M&A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정기예금 수준의 이자는 확보할 수 있어 원금이 보전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동부자산운용은 스팩투자 공모펀드를 운용 중이며 현재 교보KTB스팩 지분 9.79%를 보유하고 있다. 또 교보KTB스팩을 만든 KTB증권이 M&A에 강점이 있어 M&A 조기 성사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교보KTB스팩은 이날 0.13% 상승한 3975원에 마감,사흘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