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도요타와 현대차 CEO의 다른 행보
도요다 사장에게 다가가 기자임을 밝히자 "언론 인터뷰에 응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수행원 중 한 명은 "왜 도요타에 관심을 갖느냐"고 되물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 아니냐"고 답하자 "언제까지 최대일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도요다 사장이 프레스 데이 첫날 디디어 레로이 도요타 유럽법인장에게 프레젠테이션을 맡기고,자신은 언론의 조명을 피해 둘째날을 택한 데 대한 설명은 이 수행원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도요다 사장은 엔진공급 관련 협의를 하기 위해 유럽에 왔다"며 "리콜 문제가 다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전면에 나서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했다.
도요다 사장과 달리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그룹 회장과 디터 제체 다임러그룹 회장,카를로스 곤 르노닛산그룹 회장,뱅상 랭보 푸조 최고경영자(CEO) 등 완성차 업체의 최고위급 인사들은 이번 모터쇼에서 직접 무대 위에 올랐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이끌어 자사 신차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서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역시 영어 연설을 깔끔하게 마무리해 유럽전략형 신차인 ix20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켰다. 정 부회장은 프레스 데이 첫날 수십 명의 기자들을 몰고 다니며 자신감 있는 행보를 보여줬다.
'창업 가문 출신'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는 도요다 사장과 정 부회장의 상반된 모습은 도요타와 현대차의 요즘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편으로 품질 문제와 타협했다간 얼마나 오랫동안 '리콜 망령'에 시달릴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는 평가다. 도요타 리콜 문제가 불거진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조재길 파리/산업부 기자 road@hankyung.com
-
기사 스크랩
-
공유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