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이 수술용 의료 장갑의 원료로 사용되는 합성고무 NBR 라텍스의 독자 생산에 나선 지 2년도 채 안 돼 수출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최근 2년 새 전 세계 의료 장갑시장에서 NBR라텍스를 소재로 쓰는 합성 라텍스 장갑의 비중이 20%에서 40%로 늘어나면서 수출액이 30배 가까이 확대된 것.

5일 금호석유화학에 따르면 이 회사가 생산하는 NBR라텍스의 수출액은 2008년 22억원에서 올해 6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는 1000억원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BR라텍스는 아크로나이트릴과 부타디엔을 원료로 만든 합성 고무로 인체에 무해하고 인장 강도가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천연 고무로 만든 장갑이 단백질 알레르기를 유발할 우려가 있는 데다 최근 천연 고무 가격이 생산농가 감소 등으로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값이 싼 NBR라텍스가 빠르게 시장을 대체해 가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NBR라텍스 개발에 뛰어든 때는 2007년 초.합성 라텍스 장갑의 최대 제조국인 말레이시아에 고무 약품을 수출하던 이 회사는 우연한 기회에 NBR라텍스를 공급해 달라는 협력사의 요청을 받고 연구개발(R&D)에 착수했다. 합성 라텍스 장갑의 품질력은 얼마나 얇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40년간 합성고무 개발에서 쌓아온 기술을 적용,장갑 한 짝에 들어가는 NBR라텍스 양을 기존 7g에서 절반 이하인 3g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면서 금호석유화학에서 원료를 공급받고 싶다는 주문이 밀려들었다. 지금은 세계 1~3위 합성 라텍스 장갑 업체인 태국 세이프스킨과 말레이시아의 코산,YTY에 모두 NBR라텍스를 대고 있다.

이 회사는 울산 공장의 NBR라텍스 생산 규모를 연간 6만t에서 10만t으로 늘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임성규 금호석유화학 영업본부장은 "단순히 의료용뿐만 아니라 공항 검색대나 생명공학 연구용으로도 합성 고무 장갑 수요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어 시장 전망은 매우 밝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