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방배동 978에 가면 작은 미술관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외관의 건물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미술관이 아니다. 누리플랜(회장 이상우)의 본사빌딩이다. 그럼에도 건물 1층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디자인이 세련된 전시실이 나타난다.

전시실 안으로 들어가면 특이한 모습과 마주치게 된다. 이곳엔 글씨예술인 칼리그래피 형태의 입체형 투명 플라스틱박스로 구성된 다양한 작품들이 실내에 꽉 차게 걸려 있다. 벽면으로 다가가 보면 미술작품이 아니라 '특허증'이란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된다.

도대체 이 회사는 무슨 이유로 본사빌딩 1층 전시실에 특허증을 작품처럼 걸어놓았을까. 이유를 알려면 이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 업체인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누리플랜은 도시경관산업 전문업체다. 도시를 아름답게 꾸미는 기업이다. 현재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식재산권은 특허 100개를 포함해 총 505개에 이른다. 일반 중소기업의 경우 5개 정도 지식재산권을 가지면 '기술기업'이라고 하는데 이 회사는 보통 기술기업보다 100배나 많은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도시를 깔끔하게 만드는 데 이렇게 많은 지식재산권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무척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누리플랜의 직원은 모두 152명.이들 중 디자인 및 기술개발 등 지식재산권 개발분야에만 전체의 40%인 60명이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그동안 도시경관산업은 하청건설업이나 리모델링 사업 수준에 머물렀다. 때문에 특별한 지식재산권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의 도시경관은 겉만 화려하면 되는 게 아니다. 예술성과 기능성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아름다운 외면의 내부에 방음 조명 내열 내구성 안전성 등 다양한 기능성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누리플랜의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는 '전자방호시설 구축기술(EMP)'을 보면 이해가 간다. EMP란 핵폭탄과 전자폭탄이 투하돼도 전자장비가 마비되지 않도록 하는 건축기술이다. 이미 미국 일본 등에서 주요 국가기관빌딩 등에 이 기술이 적용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누리플랜이 처음으로 국방부로부터 EMP방호사업의 설계 제작 및 설치 업체로 선정됐다.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건설공학(U-City전공) 석사를 받고,국립 카자흐스탄경제대 박사과정을 수료한 이상우 회장은 지난 10여년 전 프랑스 파리에 출장갔다가 낮에 봤던 에펠탑이 한밤중에도 화려한 조명에 의해 되살아나는 감동적인 형태감을 보고 야간조명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1992년 건축자재업체인 대산강건을 설립해 운영하던 그는 2001년 누리플랜을 인수 합병하면서 드디어 본격적인 도시조명사업에 진출했다. 누리플랜을 인수하자마자 도시환경사업을 기술과 디자인에 기초한 아트사업으로 만들기 위해 '누리환경디자인연구소'를 설립했다.

이때부터 그의 첫 번째 사업은 파리의 에펠탑을 능가하는 조명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야간조명사업에 대한 그의 열정은 이후 끊임없이 전개됐다. 요즘 한밤중에 올림픽도로를 타고 서울 시내로 들어오면 국회의사당이 환한 조명을 밝히고 있다. 남산타워도 야간조명을 받아 한눈에 들어온다. 한강대교도 환상적으로 드러난다. 모두 누리플랜의 작품이다.

누리플랜이 야간조명을 설치한 곳은 가양대교 서울시청 올림픽대교 등 서울에서만 37곳에 이른다. 부산도 광안대교 등 7개 교량 및 건물에 야간조명을 설치했다. 경기지역은 설봉공원 등 24개,경상지역은 안압지 등 13개,충청지역은 대전엑스포공원 등 9개,전라지역은 광주천 교량 등 7개,제주지역은 서귀포미항 등 6개를 설치해 이 분야에서 국내 1위 업체로 자리잡았다.

사실 도시경관사업은 2007년 경관법이 시행되면서부터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서울시의 '디자인 서울'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현재 이 사업은 국내에서 약 8000억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이 분야 사업은 계속 전망이 밝은 편이다.

그러나 누리플랜은 현재의 도시경관사업을 바탕으로 도시기반시설과 정보기술(IT)을 접목한 U-City사업에도 진출했다. 이미 지난해 방범기능을 가진 시민안전지능시스템인 'U-폴'과 'U-스마트 포스트'를 개발,KT링크스에 납품했다.

누리플랜은 오는 26일 코스닥에 상장한다. 액면가 500원에 공모예정가는 4600~550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총 공모금액은 50억~60억원. 누리플랜이 보통 기업들과 다른 점은 항상 현장주의를 실천한다는 것.

이상우 회장은 항상 직원들에게 "귀로만 듣지 말고,꼭 눈으로 확인하고,냄새까지 맡아라"고 말한다. 그는 "자연경관은 신이 만들고,도시경관은 누리플랜이 만든다"는 투철한 사명감을 직원들에게 강조한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