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베니스비엔날레(6월4일~11월27일) 한국관의 참여 작가로 영상 · 설치 미술가 이용백씨(44 · 사진)가 선정됐다. 한국관이 1인전 형태로 꾸며지기는 설치 작가 이형구씨와 양혜규씨에 이어 세 번째다.

이용백씨는 "베니스 비엔날레 같은 큰 행사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작가로서 자기 세계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정 소식을 들었을 때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며 차분하게 소감을 말했다. 홍익대 서양화과와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학을 졸업한 이씨는 광주,부산비엔날레 등에 참여하며 영상과 설치,조각,회화,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현대인들의 삶,종교,사회,정치 등 문제들을 폭넓게 다뤄왔다.

학고재갤러리 전속 작가인 그는 작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첫 기획 '신호탄'전에 꽃무늬 군복을 입은 100명을 등장시킨 퍼포먼스 '천사와 전사'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 몇 년간 디지털 테크놀로지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상에서 변화하는 의식 구조와 모순까지 끌어안은 영상 및 설치 작품들을 주로 발표했다.

지난해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 '가상전'에는 거대한 폴더 아이콘 조각을 밀어서 '드래그'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 작업을 선보였고 예수를 무릎 위에 놓고 슬퍼하는 마리아의 모습을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FRP)과 철 조각으로 표현한 '피에타',관람객이 화면 앞에 서면 강렬한 파열음과 함께 거울이 깨지는 듯한 이미지를 만드는 미디어 설치 작품 '거울' 등을 잇달아 내놨다.

그는 "제가 하는 작업은 최근 2~3년간 국제적으로 검증받거나 호응이 컸던 작품들을 업그레이드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조만간 현장에 가서 공간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지 고민한 후 베니스가 요구하는 도약을 새롭게 꿈꿔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관 커미셔너로 선정된 윤재갑씨는 "이용백씨는 미술의 정서적인 힘을 가장 잘 잡아내는 작가다. 뚜렷한 소신과 책임을 가지고 우리 시대의 특유한 정치 문화적 쟁점을 형상화는데 뛰어난 감각까지 지녔다"고 설명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