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튼 칼리지 학생들은 스스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

토니 리틀 이튼 칼리지 교장(56)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학생들은 입학 때부터 자신이 '나라를 이끌어 갈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학교는 엄격한 규율을 강조할 것이란 일반적 인식과 달리 학생 개개인의 성향을 존중하고 상대방 의견에 귀 기울이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고 말했다.

리틀 교장은 학생 선발 기준과 관련해 "기본적인 학습 능력을 갖추는 것이 첫 번째"라며 "이와 함께 동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한다"고 말했다. 음악,미술,축구 등 다양한 활동을 경험한 학생들이 입학 후 서로 어울리며 상대방의 장점을 배울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튼 칼리지에서는 궂은 날씨에도 학생들이 필드에서 운동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리틀 교장은 "좋은 성적만 받을 수 있도록 교육하는 학교는 생산성이 뛰어난 공장에 불과하다"며 "이튼은 매주 화 · 목 · 토요일 점심 이후엔 학과 수업을 하지 않고 학생 스스로 선택해서 자유로운 활동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튼은 기본적으로 '경쟁 우선'에 가치를 두고 있다. 학생 개개인에 대해 전체 석차는 물론 과목별 석차도 공개한다. 리틀 교장은 "학기마다 우열반을 편성해 수준이 비슷한 학생끼리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줌으로써 학습능력 향상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튼은 '가난하지만 능력있는' 학생들을 뽑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리틀 교장은 "몇 년 전 입학한 한 학생은 고아였고 성적도 그리 좋지 않았다"며 "그러나 우리가 볼 때 그 학생에게는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열망과 에너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 학생은 입학한 지 2년 만에 전 과목에서 A학점을 받고 현재는 의학으로 유명한 임페리얼 칼리지에 다니고 있다고 리틀 교장은 전했다. 그는 "대학 입시 때가 돼서야 저소득층에 입학 기회를 주는 할당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이미 늦는다"고 강조했다. 리틀 교장은 저소득층 학생 비율을 40%까지 늘리는 등 학교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고 있다.

이튼 칼리지 출신인 리틀 교장은 톤브리지 · 브렌트우드 등 고교에서 영어와 드라마 수업을 담당하다 2002년부터 교장을 맡고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