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주일 사이 두 고객으로부터 투자 문의가 왔다. A씨(45)는 퇴직금 중간정산,자사주 처분,예 · 적금 등을 통해 마련한 5억원의 여유자금을 어떻게 운용하면 좋을 것인가에 대해 상담했다. B씨(55)는 사업체를 처분해 마련하게 된 여유자금 5억원을 운용할 방법을 알려 달라고 했다.

◆실제 여유자금은 얼마?

두 사람의 여유자금 규모는 비슷했지만 상담 결과는 전혀 달랐다. 두 사람 모두에게 여유자금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재무설계를 받는 것이 낫다고 권고했다. 재무설계를 통해 점검해 보면 실제 여유 자금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인생목표와 재무목표를 간략하게 알아보기 위해 두 사람에게 과제를 주었다. 1주일 후까지 다음 질문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 올 것을 요청했다.

①일상의 소비,지출을 제외하고 1년 안에 돈이 필요한 일은 없는가. 그런 일이 있다면 그 금액은 어느 정도인가.

②2~3년 안에 돈이 필요한 일은 없는가. 그런 일이 있다면 그 금액은 어느 정도인가.

③4~10년 안에 돈이 필요한 일은 없는가. 그런 일이 있다면 그 금액은 어느 정도인가.

④10년 이후에 돈이 필요한 일은 없는가. 그런 일이 있다면 그 금액은 어느 정도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해 본 결과 A씨의 경우 자신이 여유자금이라고 여겼던 돈 중 상당액이 여유자금이 아니었던 것으로 판명됐다. B씨는 대부분의 여유자금이 실제 투자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이었다.

◆A씨의 투자자금 변화

A씨의 경우 3년 안에 있을 일은 어느 정도 파악이 되는데 그 이후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했다.

올해 집 리모델링에 5000만원을 사용할 예정이고,2년 후에 회사 장기근속으로 3개월의 휴가를 받게 되어 가족들과 유럽 배낭여행을 할 계획인데 여행 비용이 3000만원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

5년 후쯤 되면 지금 타는 자동차가 노후화돼 교체할 예정인데 현재 가치로 4000만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었다. 7년 정도 이후에는 첫째 아들이 대학을 마치고 외국에 있는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어서 추가적인 교육비가 필요할 수도 있다. 자녀가 두 명인데 둘째가 대학에 진학하게 되는 5년 후에 서울 근교에 전원 주택이나 농가주택을 사서 주말에 전원생활을 하는 것이 부부의 생각이라고 했다. 15년 후에 은퇴할 예정이고 은퇴하기 1년 전에 첫째가 결혼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A씨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는 현재의 소득으로 생활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테스트를 해보니 5억원 모두가 여유자금이라는 생각이 잘못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인생을 장기적으로 보고 자금에 용도를 정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잘 따져본다면 대부분의 사람에게 여유자금은 거의 없다. 다만 그 필요한 용도를 인지하지 못해 여유 있는 자금으로 보일 뿐이다.

A씨가 앞으로 살면서 필요한 금액을 물가상승률 4%,교육비 상승률 7%,투자수익률 7%로 가정해 현 시점으로 다시 계산해 봤다. 그렇게 계산해보니 총 필요금액이 6억7600만원가량 나왔다. 물론 이 중 적지 않은 부분은 잉여 소득으로 충당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준비해야 하는 금액은 이보다는 적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시금을 어떻게 투자해야 할 지에 대한 방향성은 찾을 수 있다.

최근 투자 시장에 변동성이 많기 때문에 3년 안에 필요한 돈은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가급적 확정이자를 받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기(4~10년)에 필요한 자금은 어느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국내외 주식형 펀드,부동산 펀드가 적당하다. 10년 이상의 투자기간이 필요한 상품은 장기간 유지되어야 하므로 유동성에 제약이 있고 장기투자에 맞는 구조와 장기간에 걸친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주식 비중이 높은 상품이 좋다.

여기서 유의할 사항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및 은행 예금상품을 제외한 변동성이 있는 투자상품에 투자할 때는 3년 이상의 기간을 쪼개어 적립식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성장 · 인덱스형 펀드를 예로 들면 5000만원을 거치식으로 일시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금액을 CMA계좌에 두고 월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쪼개 적립 투자하는 방법을 권고했다. 10년 이상의 투자기간으로 하는 변액연금과 변액유니버설 또한 적립식으로 투자하거나 일시금으로 투자할 때는 변동성이 거의 없는 머니마켓펀드(MMF) 상품 등에 넣어두고 시간을 두면서 차츰 주식형 비중을 높이는 방법을 추천했다. 특히 주가 폭락 시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은 비중을 주식에 편입하는 것도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몇 년간의 투자 환경을 돌이켜보면 롤러코스터 장세라고 할 만큼 변동성이 심했는데 앞으로도 변동성의 주기나 진폭이 적어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므로 개인이 자산운용에서 답답한 느낌이 들더라도 투자기간과 투자지역,스타일에 대해 분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분산 이전에 재무목표에 대해 구체적인 점검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B씨의 투자 포트폴리오

B씨의 경우는 여유자금이 충분하기 때문에 다소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를 제안했다.

1억원은 향후 시장 변동성,특히 주가 등 투자자산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추가 투자할 수 있게 CMA에 예치하게 했다.

2억원은 투자자문사에 맡길 것을 권유했다. 기존 금융회사의 경우 고객의 수익률과 투자기관의 이익이 실제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 물론 공모펀드의 경우 수익률이 좋게 나오면 고객의 돈이 몰리고 그에 따라 운용수수료에 따른 규모가 커져 성과급이 높게 나오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결과론적이다. 반면 투자자문사의 경우 기본수수료에 다소 높은 성과수수료를 받지만 고객의 계좌에서 나오는 수익에 비례해서 이익을 보게 된다. 즉 고객의 이익과 펀드매니저의 이익이 비례하게 된다.

국내 투자시장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도 실력 있는 투자자문사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문사를 선정할 때는 얼마만큼 오랫동안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렸는지,투자자문사가 가진 투자철학에 따라 흔들림 없이 투자했는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런 정보는 투자자문사의 홈페이지나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www.kofia.or.kr)를 참고하면 된다.

1억5000만원은 다양한 국내외 펀드에 3년 정도를 나누어서 월 400만원씩 적립식으로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현재 주가수준이 낮은 편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거치식으로 들어갈 경우 하락의 리스크가 더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국내 성장형,국내 가치형,해외 이머징형,실물자산형,해외부동산형에 각각 100만원씩 분산투자해 위험을 줄이면서 초과 수익률을 올리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나머지 5000만원은 직접투자할 것을 추천했다. B씨의 경우 기계 관련 사업체를 운영했기에 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적지 않은 편이었다. 그동안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거기에 집중하고자 주식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금은 사업을 하지 않으므로 그 동안의 노하우를 통해 관련 업종에 투자한다면 좋은 성과를 올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내 부동산의 경우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전망하기가 쉽지 않고 투자액이 많기 때문에 위험성도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 향후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보다 올라갈 확률이 높으므로 일부 채권을 제외하고는 채권 투자 역시 권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운영자금의 성격에 따라 투자 포트폴리오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자신이 처한 상황과 재무목표를 점검하기 위한 재무설계를 먼저 받는 것이 현명하다.

김영훈 포도재무설계 상담사 incfp@podof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