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외국인 매수를 발판 삼아 '가을 랠리'를 펼치고 있다. 이번 랠리의 특징은 외국인,유동성,순환매로 요약된다. 코스피지수는 지난주 기관과 개인의 차익 실현 매도 공세 속에서도 외국인의 '사자'에 힘입어 5주 연속 오름세를 유지했다. 한국 관련 해외 펀드로 자금 유입이 가속화되고 원화 가치도 강세여서 당분간 외국인이 국내 증시의 '유동성 랠리'를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

◆역대 5위 외국인 연속 순매수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일까지 13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를 이어갔다. 연속 순매수로 역대 다섯 번째다. 이 기간 순매수 규모는 4조2309억원으로,하루 평균 3254억원에 달했다. 매수 강도는 역대 3위다.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5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지수 상승률은 8.50%(147.20포인트)에 달한다. 지난달 10일 1800선을 넘어선 이후 상승 탄력이 한층 더 강해지는 양상이다.

서명석 동양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분기 증시는 한마디로 유동성 장세가 될 것"이라며 "저금리,추가 경기 부양 등 세계적으로 증시에 우호적인 유동성 환경이 형성되고 있어 외국인 자금 유입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선진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줄고 어닝시즌 동안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돋보일 것이란 점도 외국인 매수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한국 관련 장기 펀드 자금 유입

한국 관련 해외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6~8월 잠시 주춤했던 글로벌펀드 자금 유입이 지난달부터 다시 급증했다"며 "아시아 등 이머징 통화의 강세가 배경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글로벌이머징마켓(GEM)펀드,인터내셔널펀드 등 한국 관련 해외 펀드에는 총 106억90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올해 순유입액(468억6600만달러)의 22.8%가 9월 한 달 새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이택규 대우증권 국제영업부 이사는 "헤지펀드들의 활동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장기 자금을 굴리는 롱텀펀드들의 주식 주문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지난달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장기 투자 성향의 외국계 펀드들은 의약 관련주와 제일기획 GS건설 등의 비중을 늘렸다. 미국계 뮤추얼펀드인 피드로프라이스트스톡펀드는 SJM과 제일약품의 지분을 5% 이상 신규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룩셈부르크 국적의 피델리티펀드는 한국콜마의 지분을 7.75%에서 10.0%로 늘렸다. 피델리티펀드와 미국계 매슈스인터내셔널캐피털은 제일기획을 나란히 사들였고,템플턴자산운용 싱가포르법인과 FTIF템플턴아시아그로스펀드는 GS건설의 보유 비중을 확대했다.

이 밖에 피앤텔과 코리아나화장품 NHN 등도 외국계 펀드의 보유 비중이 늘었다. 반면 대덕전자 루멘스 케이씨텍 휴니드 등 정보기술(IT) 부품주와 다음 엔씨소프트 등은 보유 비중을 줄였다.

◆어닝시즌 발빠른 순환매 예상

이번주엔 3분기 어닝시즌이 본격화될 예정이어서 실적 호전주 중심의 외국인 순환매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4분기 이익 모멘텀 둔화 우려가 있지만 화학 산업재 등 실적 호전주에 대한 관심에다 자동차→화학→IT로 이어지는 순환매가 지속되고 있다"며 "주요 업종들이 돌아가면서 강세를 보여 코스피지수의 계단식 상승세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의 추천 총목은 △한라공조 휠라코리아(대우) △삼광유리 한솔케미칼(대신) △제일모직 코오롱(우리투자) 등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