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보고서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의 규제를 받던 기업들이 지난해 3월 이 제도가 폐지된 후 규제를 받지 않던 기업들보다 상대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일 내놓은 '600대 기업 및 30대 기업집단 투자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말 기준 출총제 규제를 받던 31개 기업 중 설문에 응한 26개 기업의 올해 투자액은 작년과 비교해 평균 19.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600대 기업의 올해 예상 투자 증가율 16.9%를 웃도는 것이다.

보고서는 "과거 출총제 규제를 받던 기업들이 규제완화를 계기로 다른 기업들에 비해 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어 규제 대상 기업 중 15개 제조업체의 투자 증가율이 20.8%로 예상되는 점을 들어 출총제 폐지가 제조업 분야의 투자활성화에 더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분석했다.

출총제는 자산총액이 10조원 이상인 기업집단 소속이면서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회사는 순자산액의 40%(출자한도액)를 초과해 다른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거나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에 따라 2008년 말 기준으로 31개 회사가 규제대상이었으나 기업투자 저해와 규제의 실효성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면서 2009년 3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폐지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출총제 폐지 이전인 2008년에는 규제 대상기업의 투자 증가율이 600대 기업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2008년 600대 기업의 평균 투자 증가율은 11%였으나 26개 출총제 규제 대상 기업은 마이너스 13.5%였다.

보고서는 "2008년 하반기 갑작스러운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를 고려한다고 해도 출총제 규제를 받던 기업들이 투자에 유달리 많은 애로를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출총제가 폐지되면서 과거 규제대상 10개 기업집단의 경우 올해 투자 증가율이 작년 대비 36.7%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출총제가 기업집단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출총제 대상인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중핵계열사에 대한 출자규제 폐지가 기업집단의 투자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전경련 관계자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기업투자가 늘어나고, 출총제가 폐지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효과를 평가하기에 이른 측면이 있지만 규제 대상 기업들의 투자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보면 출총제 폐지가 투자심리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