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은 `예금' vs 왕개미는 `랩ㆍELW'
"코스피 2,500 돼야 개미들 들어올 것"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행태가 '모 아니면 도' 식의 양극단을 오가고 있다.

주식시장은 연일 연고점 랠리를 보이지만, 소액 투자자인 '개미'는 주식이나 펀드로 이동하지 않고 오히려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 안전자산으로 회귀하고 있다.

2008년 주식 폭락 경험이 아직은 아픈 탓이다.

이와 달리 고액 투자자인 '왕개미'는 랩어카운트나 주식워런트증권(ELW), 사모펀드 등 주식이나 펀드보다 더 위험한 자산에 몰리고 있다.

부동산 침체로 여윳자금은 굴릴 곳이 없는데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라 위험해도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쪽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장효선 애널리스트는 "고수익 상품에 대한 욕구,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상존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 주변 자금에 모순된 두가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예금ㆍ파생 양극단에 몰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1~28일 예금은행의 실세총예금에는 4조7천881억원이 순유입됐다.

7월 7조6천89억원, 8월 5조1천109억원에서 규모가 줄기는 했지만 은행으로의 자금유입 기조는 유효하다는 얘기다.

정기예금과 수시입출식을 더한 저축성계정 증가액이 7월 7조4천633억원, 8월 10조9천516억원에서 9월 3조8천262억원으로 줄기는 했지만 이는 일시적 요인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추석 연휴 자금 수요로 월말에 수시입출식에서 결제 자금이 많이 빠져나간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으로 자금이 들어오는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안전투자처인 머니마켓펀드(MMF)와 채권형 펀드에도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29일까지 MMF와 채권형펀드에는 각각 4조6천30억원, 4조2천30억원이 순유입됐다.

지난달에는 순유입 강도가 전달에 비해 오히려 강해졌다.

그러나 개인의 직간접 투자는 부진하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 펀드에서는 7조7천280억원, 해외주식펀드에서는 2조9천억원이 순유출되는 등 지수만 오르면 득달같이 나가고 있다.

펀드 전성기 2008년 2월 1천만개가 넘었던 국내 주식형펀드 계좌수는 환매 행렬에 8월 말 790만개로 쪼그라들었다.

주식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작년 4월만 해도 10조원을 넘었으나 올해는 6조~7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단타'로 회전율이 높아 거래대금 증가에 기여하는 개인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반면, 고수익을 추구하는 틈새상품은 빛을 발한다.

최소 가입금액이 3천만원 정도로 크고 펀드에 비해 '몰빵' 투자를 해 등락이 심한 랩어카운트 잔고는 2007년 초까지만 해도 5조원에 미치지 못했다가 올해 들어서만 9조8천억원이 늘어나며 7월 말 기준 29조8천억원으로 급증했다.

1인당 랩 계약 잔고도 연초 4천100만원에서 7월 말 5천400만원으로 커졌다.

삼성증권은 2억2천750만원, 우리 2억980만원, 한국 7천910만원, 미래에셋 4천870만원, 대우증권 2천780만원으로 큰 손들이 넘쳐난다.

까딱 잘못하면 '올인'될 수 있는 초위험 상품인 ELW의 하루 거래대금은 2조원을 훌쩍 넘어 사상 최대치로 늘어났다.

투자자 99%가 개인들인 ELW의 작년 12월 일평균 1조1천667억원과 비교하면 배에 육박한다.

5천만원 이상의 고액주문 건도 작년의 배로 급증했다.

ELS는 8월 한달간 2조3천억원이 넘게 발행돼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1천11건으로 발행건수는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았다.

◇증시로 자금 `U턴' 기대감만 솔솔
코스피지수가 초강세를 지속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을 대거 떠났던 개인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증시로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 섞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예금금리가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부동산 시장은 침체를 이어가면서 국내 증시의 랠리가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저축성수신 금리는 6월 3.00%, 7월 3.10%, 8월 3.16%로 시중자금을 유혹하기에는 턱없이 낮다.

2008년말 5.58%, 작년말 3.70%와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인하하고 있어 예금상품의 매력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지표에서는 개인투자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6개월간 거래 기록이 있는 주식 활동계좌는 8월말 1천739만3천569개에서 지난달 29일 1천749만3천60개로 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개인들이 주식 매입용으로 빌리는 신용거래 융자 잔액도 5조원대에서 고공행진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기대감만 무성하는 분석이다.

지수가 랠리를 이어가며 증시 진입을 저울질하는 분위기는 감지되지만 본격적인 '개미의 귀환'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5월 53.14%에서 8월 56.00%로 석달째 높아졌지만 9월에는 52.89%로 뚝 떨어졌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실질적 주식매수 자금의 유출입을 보여주는 실질고객예탁금(고객예탁금+개인순매수-미수금-신용잔액)도 5월 말 10조1천980억원에서 6월 말 9조4천80억원, 7월 말 8조4천140억원, 8월 말 7조9천760억원, 지난달 29일 7조2천470억원 등으로 계속 줄고 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일반 가계는 예금으로 회귀하는데 자산배분을 중시하는 거액자금은 증시로 이동하는 모습"이라며 "2007년 2,000선을 경험했던 만큼 일반적인 개인자금이 증시에 유입되려면 지수가 2,500에는 다다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外人 유동성랠리에 `뒷차' 탈라...
문제는 지수가 계속 올라가면 참다못한 개미가 '장밋빛' 상승장에 뒤따라 들어와 상투를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개인은 기존 수익률에서도 외국인, 기관에 밀리고 있다.

올해 연저점인 2월 8일부터 지난 1일까지 개인의 주요 순매수, 순매도 종목을 보면 오른 종목은 팔고 내린 종목은 산 게 역력하다.

개인이 이 기간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하이닉스는 3.46% 오르는 데 그쳤고, 삼성생명, 한국전력이 마이너스가 난데 비해 최대 순매도한 현대모비스는 74.50% 급등했다.

현대모비스 다음으로 많이 판 현대제철과 OCI, 현대중공업, SK에너지는 47.44%, 114.29%, 50.60%, 47.39%의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장 애널리스트는 "월간 일평균 거래대금이 8조원을 넘어선 1999년, 2005년, 2007년, 2009년은 주식시장이 폭등하던 시기로, 과거에도 개인은 시장 상황에 후행하는 성향을 보였다"며 "대세 상승이 시작되면 개인 참여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곽세연 이준서 기자 ksyeon@yna.co.kr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