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경찰이 복지 혜택 축소 법안에 반발해 유혈 폭동을 일으켰다.

CNN방송은 1일 수백명의 에콰도르 경찰이 폭동을 일으켜 수도 키토의 국제공항과 정부 청사 및 주요 군시설을 점거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시위는 에콰도르 정부가 경찰의 보너스를 삭감하고 진급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표한 데서 비롯됐다. 시위 참가 경찰들은 "하루에 14시간씩 근무한다"며 "경찰 없이 단 하루라도 버틸 수 있는지 보자"고 으름장을 놓았다.

폭동은 경찰 병력이 키토 국제공항의 활주로를 장악하고 공항과 연결된 고속도로를 봉쇄하면서 시작됐다. 수십개 그룹의 경찰 시위대는 과야킬,쿠엥카 등 주요 도시의 청사를 접수한 후 일부 군기지를 장악하기도 했다.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이 최근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치료받고 있는 병원도 습격당했다. 이 바람에 한때 코레아 대통령이 억류됐다가 정부군의 구출 작전으로 풀려나기도 했다. 키토는 무법천지로 변했다. 최소 두 곳의 은행이 약탈당했으며 대부분의 학교가 휴교에 들어갔고 경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많은 기업과 상점들은 문을 닫았다.

정부는 에콰도르 전역에 1주일 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사태 진압에 나섰다. 코레아 대통령은 TV 연설을 통해 "이번 시위는 야당과 군 · 경 특정 세력이 주도한 쿠데타 시도"라며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해도 난 가족과 조국에 대한 사랑을 분명하게 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한국과 에콰도르와의 경제협력이 차질을 빚을지 여부도 주목된다. 지난달 초 방한한 코레아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정보기술(IT),에너지 · 자원 등 분야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에콰도르에서 진행 중인 총 125억달러(14조원) 규모의 마나비 정유공장 건설 본공사를 한국 기업이 수주할 가능성이 점쳐져왔다.

한편 남미지역 정치기구인 남미국가연합은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갖고 에콰도르 폭동 사태에 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라고 EFE통신이 보도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