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투자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한 후 재상장한 CJ오쇼핑이 분할 전(12만8400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높은 주가를 형성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30일 CJ오쇼핑은 24만22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장 초반 26만원 넘게 주가가 치솟기도 했다. 오후 1시35분 현재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며 주가가 0.37%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 역시 일부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는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재상장 첫날 시초가가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랐다며 현대홈쇼핑의 전철을 밟듯 앞으로 주가가 조정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목표가 23만2000원을 제시한 박종렬 HMC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CJ오쇼핑은 사실 몇 달 전만 해도 시장에서 관심권 밖에 있었다"며 "지난 4월부터 중국 소비 수혜주란 테마주에 편승하면서 지나치게 기대가 커진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CJ오쇼핑이 중국 사업에서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일부 증권사에서 앞으로 5년동안 벌어들일 이익까지 미리 예상해서 목표가를 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CJ오쇼핑은 중국 자회사인 동방CJ가 중국에서 선전하고 있어 그간 타사 대비 프리미엄을 받아왔다. 하지만 동방CJ에 대한 지분율이 기존 45%에서 30%으로 줄어든데다 앞으로 중국 정부의 규제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진단이다.

박 연구원은 "분할에 따른 총 주식수 감소로 CJ오쇼핑의 주당 적정가치를 제고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변한 것은 아니다"라며 "지나친 기대로 CJ오쇼핑에 유동성이 크게 몰린 만큼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부담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CJ오쇼핑의 적정가치를 보수적으로 책정했다. 동양종금증권과 대우증권은 각각 23만원, 23만1000원을 제시했다.

SK증권과 토러스투자증권, LIG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25~26만원대 목표주가를 산정해 주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조금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인터넷 TV(IPTV) 가입자 수가 연평균 28% 성장하면서 케이블 TV를 위협하고 있다"며 "지상파 재전송과 관련한 문제 등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CJ오쇼핑 주가는 23만원선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CJ오쇼핑의 거래가 정지된 사이 유통주 주가가 워낙 많이 올랐었기 때문에 관련 요소가 한꺼번에 반영되며 시초가가 높게 형성된 것"이라며 "중국 시장에서 실적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현대홈쇼핑과 같이 당분간 주가가 조정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