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로 치솟았던 배춧값이 이틀째 하락했다. 추석 연휴가 끝나며 일시적 수급 불균형 현상이 해소되고 있어서다. 그러나 여름배추(고랭지) 주산지인 강원지역의 작황이 좋지 않아 공급량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배춧값은 준고랭지 배추가 나올 내달 중순께나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급등세 이틀째 주춤

29일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는 배추 1포기가 전날(1만1600원)보다 24.1% 떨어진 8800원에 팔렸다. 지난 27일 사상 최고치(1만3800원)를 기록한 이후 이틀 연속 내렸다. 양재점의 정성길 홍보팀 계장은 "채소값은 주요 도매시장의 경매가와 반입 물량 등을 감안해 결정하는데 반입량도 소폭 늘고 경매가도 떨어졌다"며 "너무 고가여서 소비가 안 되고 있는 측면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채소 등을 경매하는 서울시 농수산물공사(가락시장)에서는 이날 배추 10㎏ 한 망(上品)이 전날(3만591원)에 비해 20.2% 떨어진 2만4408원에 낙찰됐다. 27일 3만6238원에서 이틀째 내림세다. 다만 이달 초 · 중순의 1만~1만5000원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인창수 농수산물공사 전산정보팀 과장은 "지난 27일은 연휴가 끝난 뒤 급식업체들의 대량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비정상적으로 올랐던 것"이라며 "꼬였던 수급 불균형이 풀리고 있어 배춧값이 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락시장 경매에 참여하는 농민들 사이에서는 중국산 배추가 싼 값에 반입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집계한 전국 주요 도시의 배추 1㎏ 평균 도매가격도 이날 3060원으로 전날(3500원)보다 소폭 하락했다.

◆내달 중순 이후 정상화 가능성

배춧값 급등은 올초부터 이어진 폭염과 잦은 비,태풍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추석 요인까지 겹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추석 요인은 이번 주를 거치며 정상을 찾겠지만,작황 부진에 따른 공급량 부족이 여전해 배춧값 정상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농협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예년에 9월 하순까지 배추를 출하하던 강원도 강릉 태백 등 해발 600m 이상의 고랭지에서는 작황 부진으로 추석 전에 조기 수확했다. 여기에 다음 달 중순까지 배추를 출하해야 할 영월 정선 평창 등 준고랭지에선 이달 초 이상고온으로 배추가 제대로 자라지 않아 수확이 늦춰지고 있다.

이 때문에 가락시장 반입량도 최근 사흘 동안 예년의 절반 수준인 430~450t에 그쳤다. 김정권 평창농협 계촌지소 차장은 "지난 7~8월 비가 자주 내린 데다 이달 초까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배추 뿌리가 썩어 생산량이 풍작이었던 지난해의 20%밖에 안 된다"고 밝혔다.

농협은 준고랭지 지역에서 지난 7월께 파종한 2기작 배추가 출하되는 10월 중순께 가격이 다소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며 배춧값 강세가 이어지면 남부지역의 가을배추도 조기 출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겨울배추 주산지 날씨 주목

현재 시장에 나오는 배추는 강원도 지역의 고랭지 배추다. 통상 11월 중순부터 출하되는 김장배추는 이달 들어 파종이 시작됐다. 인창수 과장은 "통상 배추는 100일가량 자란 뒤 출하된다"며 "앞으로 김장 · 월동배추의 최대 산지인 전라남도 해남 지역의 날씨가 좋으면 김장에 별 문제가 없겠지만 이상기후가 나타날 때는 김장배추 값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현석/김철수 기자 realist@hankyung.com